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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정보

  • ISBN : 9788932022888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20305
  • 저자 : 한병철

요약

● 성과사회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피로사회는 현대사회의 성과주의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한 책으로, 독일의 주요 언론 매체가 주목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성찰을 담아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냉전, 면역학, 규율사회 등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사회에서 현재는 부정성이 제거되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했다. 그는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를 역설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의 개념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피로사회

리뷰

v*** 얇지만 가볍지 않은 책, 대강은 이해되지만 완전히 이해하려면 노력을 해야하는 책 2017-03-13 02:51:14.483
g*** 강연과 저술 등으로 철학, 인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진석 교수가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철학을 하는 이가 없다. 논문만 봐도 안다. 한국 사람들의 논문들은 대부분이 다른 학자들의 철학을 분석하고 해석한 글 뿐. 자신의 철학을 내세우는 이가 없다. 그런데 그 주장을 부수는 책이 나왔다.피로사회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피로한 사회다. 저자인 한병철은 현대사회의 정신적 질병이 과거와 다른 방식이라 말한다. 면역이란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것, 외부의 존재로 인해 그것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발생한 현상. 그러나 변증법의 구조가 무너진 현대의 사회에서는 정반합에서 반으로서의 존재는 없고 정으로서 나만 존재한다. 결국 이질적인 것이 아닌 같은 것의 과다로, 무한한 긍정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기존에 없었던 정신적 질병들을 가진다. 한병철은 그것들 중 하나가 우울증이라 말한다.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말하는 사회. 기회가 공평히 주어진다는 이념은 자신의 한계점을 높인다. 한계점은 끝없이 높아지고, 자기 자신은 그 이상에 따라가지 못하므로 책망의 채찍은 본인에게 향한다. 그렇게 계속 할 수 있다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자신을 소진시킨다. 결국 Burn out.작가는 해결책으로 다른 방식의 피로함을 말한다. 다시 재기하고 자신을 돌아볼 피로. 즉, 여유. 여유를 갖고 삶을 살펴보고 재도약할 힘을 가지라. 그렇게 끝을 맺는다.128212 이 철학자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는 그만의 뚜렷함이다. 분명한 주장을 시작으로 그 주장에 대한 논거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또한, 자신이 틀리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들을 철저하게 디스하는 저자의 모습은 자신감 넘친다.문체 자체도 매력적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강렬하며 명료하다. 문체에 매력을 느껴 나도 지금은 필사하는 중이다. 아마 독자들은 내용에 한 번 놀라고, 문체에 두 번 놀랄 것이다.철학을 공부하는 이가 아닌, 철학함을 공부하는 이. 한병철은 그런 사람이라 마땅히 불릴 수 있다. 2017-12-14 23:34:47.26
k*** 고전 중에 고전이지요.인용 수가 많아서 원본으로 읽고 싶어서 산 책입니다.얇지만 사유할 거리도 많고,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문장 태나 서술에 어색함이 없습니다.추천합니다. 2018-01-24 23:40:50.986
x*** 독일에서 살고 있는 나로선 독일에서 공부한 이들의 책은 공부거리입니다.그 중 한병철 교수님의 책은 더욱 그러했습니다.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혹은 우리 사회 전반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파노라마 되어 보여집니다.무엇보다 책이 두껍지 않고, 양장본이라 하여 무겁지 않아 간편한 것도 장점입니다.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많은 책들이 마치 책 안의 내용보다 포장에 더 껍질을 씌우는 듯무게감으로 다소 거리감을 갖게도 한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가볍지만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이 책,그는 말합니다.nbsp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이 책은 2010년에 발행된 책으로nbsp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신자본주의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자신을 억압하고 구속하려한다는 것입니다.성과주의 사회는 더 없는 구속을, 억압을 넘어선 도핑사회로 새롭게 정의하는 그의 사유가현실을 바라보는 직관력에 숨이 막히는 듯 했습니다.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잇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해간다는 그의 말,특히 브레인 토핑 혹은 신경 향상제를 복용하며 운동을 하고 과잉 경쟁사회에nbsp자신을 극단전 피로와 심지어 탈진 상태를 야기한다는 그의 말에 절대 공감.그는 말합니다.지금의 시대는 우울사회, 피로사회라고.그의 말처럼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절대화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관심을 좋은 삶이 아니다. 이 경제는 더 많은 자본이 더 많은 삶을, 더 많은 삶의 능력을 낳을 거라는 환상을 자양분으로 발전한다. 이때 삶과 죽음의 엄격한 분리는 삶 자체마저도 섬뜩한 경직성을 띠게 한다. 좋은 삶에 대한 관심은 생존의 히스테리에 밀려난다.우린 신자본주의 영향으로 상대적 평가로 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항상 스스로 이겨야한다는 우월감이나 혹은 열등감에 몸부림칩니다.무한한 능력을 가진 자신을 저 수렁 끝까지 내려가 학대합니다.스스로의 존재를 귀히 알지 못합니다.그러한 이 시대의 흐름을 그는 바르게 보고 매섭게 말합니다.그렇습니다.자아, 진정한 자유를 원하는 우리 각자의 자아,nbsp그리고 그 자유가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본성이nbsp이제 제대로 살아나야함을,nbsp이제 제대로 발현되어야함을 챙겨야할 때입니다.모두가 힐링을 좋아합니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힐링은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조용히 눈을 감고 나를 만나보세요.현재를 바로 직시하여야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2013-08-03 02:43:27.673
f*** 현대사회의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28p) 쉬는 것이 무능함으로, 불안함으로 여기는 우리들에게 학문적인 접근으로 똑바로 알기 를 권하는 책이다. 취미조차도 프로급이 되어야 주목 받는 사회에서 내가 나에게 거는 최면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케 해주는 통쾌한 주장이 돋보인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많은 검증 또한 철학,문학 , 신학 등을 연구한 학자의 통착력에서 바탕된다고 본다. 전업주부인 친구가 멍하게 있느니 생산적으로 마늘이라도 깔련다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착취의 마법에 걸려 있는 걸로 보인다. 2013-06-25 18:42:28.793
k*** 정말 짧지만 너무도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현대사회의 활동성이 우리를 성과주의로 몰고 있어 피로하게 만든다. 조금 쉬면서 주위를 살피는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로 이해했다면 너무 단순한 이해가 되는 것인지… 2013-05-01 17:53:29.136
d*** nbsp 이 책은 어려서부터 한줄 세우기로 다양성을 말살해 가면서 무한경쟁을 벌여 결국 지쳐가는 우리나라 사회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책이고 놀라웠다.nbsp공방에 쳐박혀 작업에 매달여 살지만 가끔은 워커홀릭이라는nbsp 단어가 세련된 도시인의 전유물처럼 사용될 때 부러웠지만 지금은 오로지 일만nbsp 하는 사람이nbsp 빨리 승진하고 연봉도 많이 올라가고 성공할 수 있다는 통념이 되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없이 업무에 매진하고 스펙을 쌓는데nbsp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뒤처지기 않기 위해 자기 개발서들을 열심히 읽어내는 우리 현대인들은 완벽한 인간이다. 완벽주의는 강박주의에서 비롯된 일종의 병적질환이라면서 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잠시 멈추기보다 오히려 더 전력을 다해 더 많은 것을 추구하거나 착취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줬다. 이 책은nbsp신자유주의 시대가nbsp성과주의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사실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nbsp저자만의 독특한 철학적 개념으로nbsp유명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성과사회가 낳는 어두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성찰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회 역시 성과사회이고 그에 따른 폐해와 늘어나는 정신질환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시대마다nbsp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병력이 있다고 한다.nbsp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도 바이러스도 아니고 신경증적이고nbsp 이를테면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게성장애, 소진증후군등 병리학적 증후군이 지배하고 있다. 과잉활동과 노동은 정신적 탈진의 증상일 뿐, 활동성이 첨예화되어 활동동과잉으로 치닫으면 이는 도리어 저항없이 모든 자극과 충동에 순종하는 과잉수동성으로 전도되고 만다는 것이 활동성의 변증법이자 자유대신 새로운 구속을 낳는다. nbsp nbsp더 열심히 할수록 더 자유로워질거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피로란 스스로가 고통을 느낄 줄 모르는 간의 고통이라면서 자아피로는 자아의 잉여와 반복에서 비롯되면서 고독하고 세계가 없고, 세계가 부족하고, 세계를 지워버리는, 개개인을nbsp 고립시키는 피로이며nbsp 나르시즘적 자기관계의 대가로 타자와의 모든 관계를 파괴한다. 오늘날 성과주체가 앓는nbsp 우울증의 질환은 내면화된 타자와의 갈등관계 또는 양가적 관계를 전제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자기 긴장과 과부하로 파괴적 특성까지 나타내는 과잉자기관계에서 나온 거다. 탈진과 우울상태에 빠진 성과주체는 자기자신에 의해 소모되어버려 자신에게서 걸어 나와 바깥에 머물며 타자와 세계에 자신을 맡길 줄은 전혀 모른 채 그저 자기 속으로 이를 악물 따름이다. 그 결과로 남는 것은 역설적으로 속이 텅 비어버린 공헌한 자아뿐이라면서 소셜 네트워크 역시 타자를 향한nbsp 존재의 두께를 더욱 줄인다고 한다.nbsp 성과주체는 자기자신과 경쟁하면서 끝없이 자기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강박, 자기자신의 그림자를 추월해야 한다는nbsp 파괴적 강박 속에 빠지는 것이다. 성과위주의 사회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것과 게으름은 죄악시 하지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nbsp 스스로 채찍질한다.nbsp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다. 착취는 지배없이 관철되면서 자기착취의 효율성이 생겨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더욱 가속화된 발전을 위해nbsp 타자에 의한 착취에서 자기착취로 전환한다. 이러한 역설적 자유로 인해 성과주체는 가해자이자 희생자이다. 저자는 끝없는 성공과 돈,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개개인의 욕망의 허구성에서 나와 반성과 자각만이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2013-01-14 15:54:16.143
k*** 책은 얇고 가벼운데 그 안의 내용은 가볍지않아요. 철학에 대한 기본베이스가 부족한 탓인지 어렵네요 2021-12-02 01:45:30.93
b*** 피로사회에 대한 단절은 자아의 고갈과 범람에서 온다. 그 고리의 시작과 끝은 개인이다. 2019-04-03 18:04:39.983
c*** 목사(조엘 오스틴)는 긍정의 힘을 이야기하고(사회학에서 배운 개념을 이해해보면, 종교는 갈등론보다는 기능론을 지지한다 - 개인적으로는 유신론자이지만, 마르크스는 종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의 문제점을 망각하게 하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마틴 셀리그만)는 긍정심리학을 노래한다. 서점에서 긍정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검색해보면 무려 533권에 달하는 책들이 쏟아진다. 물론 책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을 지은 한 기업인은 자신의 걸작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지만(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오늘날 긍정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써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할 수 있다의 이데올로기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일종의 자기 최면을 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시선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매사가 냉소적이고, 꼬였다는 비난을 주변에서 받게 된다. 바야흐로 우리에게는 이제 한계란 없으며, 실패하거나 한계를 만난 사람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따라갈 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직 충분히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nbsp

21세기의 신경성 질환들 역시 그 나름의 변증법을 따르고 있지만, 그것은 부정성의 변증법이 아니라 긍정성의 변증법이다. 그러한 질환은 긍정성의 과잉에서 비롯된 병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7쪽

nbsp 돌이켜보면 인류는 각종 혁명들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불합리한 체제들을 종식시키고 모두에게 정치적인 평등을 이끌어냈고, 극소수의 지역을 제외하면 적어도 정치적인 측면에서 평등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능력과 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에 따라서 경제적으로 또 다른 불평등을 맞이하고, 오늘날 인류는 20 대 80 사회, 1% 대 99% 등의 거시적인 프레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로) 성공한 사람들이 부르짖는 긍정의 사회는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긍정성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미시적인 문제들로 간주한다. 과거의 체제들이 지배자라는 타인들이 개인들을 극한으로 내몰았던 형식이라면, 오늘날의 긍정성의 과잉 시대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절벽으로 몰아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폭동이나 시위 등의 수단으로 항의라도 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사실은 그렇다고 사람들이 긍정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온 세상이 긍정 바이러스에 빠져서 자아가 표류하는 과정을 저자인 한병철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Staatliche Hochschule f3r Gestaltung Karlsruhe) 교수는 철학적으로 피로 사회라고 정의한다.

nbsp 좋은 삶이란 성공적인 공동의 삶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거니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삶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생존 자체에 대한 관심에 밀려나고 있다. | 32쪽

nbsp 저자가 주장하는 피로 사회의 콘셉트는 (저자가 주로 할애하고 있는) 미시적 측면보다는 거시적 측면에서 지적되어야 한다. (저자가 부분적으로 설명했지만) 자본주의는 일정한 발전 궤도에 올랐을 때 스스로의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에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통제했던 것과는 달리 자유로움 속에서 각 개인들의 창조나 혁신을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소위 고부가 가치 산업들은 통제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자유를 부여받은 노동자들은 주체가 되는데, 문제는 울타리가 사라진 목장의 양들이 이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체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고, 자신이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본주의 체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이 부여된다. 이제 양들은 목장 주인의 통제 없이(물론 목장 주인들은 카메라를 통해 이를 관리한다) 스스로 젖을 짜야 하고, 질 좋은 고기를 만들어야 할 책임을 부여받고 과거에 비해 더 강도높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자유로움를 부여받았으나 스스로에게 느끼는 부담감은 더 커지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세상은 이를 긍정이라고 강조하며 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과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nbsp 사유 자체가 항체와 자연적 면역성으로 이루어진 그물이라면, 부정성의 부재는 사유를 계산으로 변질시킬 것이다. | 51쪽

nbsp 이 거대한 역설의 순간에서 스스로에게 채찍을 들어야 하는 현대인들은 피로해진다(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이 미시적인 순간이다). 이러한 모순을 깨닫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긍정의 최면 속에 스스로를 더 강하게 채찍질하는데, 이 심각성은 개인들이 스스로를 가학함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마조히즘의 경향을 띈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마치 끓는 물 속에 자신을 담아놓고 서서히 익어가는 자신의 살 파편을 보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자유와 긍정성에 취해서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린다. 이를 깨닫는 사람들, 그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 질병을 가진 사람들로 간주되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낙오자로 분류되어 정신적인 재교육과 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긍정할 수 있도록 자아 비판을 감내해야 할 책임을 받게 된다. 나아가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나 자신에 대해 부정성(무엇인가 잘못되었다)을 느낄 여유도 부정되며(이는 피로 사회에서 유일하게 부정되는 존재이다), 자연스럽게 작은 폭력과 같은 것에 노출되어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면역의 가능성도 축소된다. 자연스럽게 부정성이 부정되는 시대에서 부정성을 유발하거나 그 결과로 등장하는 사색이나 번뇌, 생각의 가능성은 거세된다. 한 마디로, 우리 모두는 웃음으로 가득찬 미친소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의 피로는 무언가를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재충전하는 의미로 부여하는 일반적인 피로의 개념과는 다르다. 저자는 자아를 상실하게 되고 파편화시키는 과정의 피로로 해석한다.

nbsp 성과사회, 활동사회는 그 이면에서 극단적 피로와 탈진 상태를 야기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부정성의 결핍과 함께 과도한 긍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특징적 징후이다. 그것은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을 전제하는 면역학적 반응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영혼의 경색으로 귀결된다. | 66쪽

nbsp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사실 피로 사회가 가장 심각한 것은 길을 잃은 오늘날의 어린 양들은 과거처럼 어떠한 곳에서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과거에는 종교에 스스로를 의탁하거나 혁명과 같은 방법으로 사회를 전복시키는 것이라도 가능했다면, 오늘날에는 갈수록 스스로가 전지전능한(Omnipotent) 존재가 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절대자에게 귀의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모두가 자유를 부여받은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얻기 위해 혁명을 일으켜야 하느냐는 명분이 사라진다. 여전히 자본주의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당위로 남을 수 있겠으나, 그것마저도 긍정 이데올로기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하나의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설익은 추측이라는 비판에 수그러든다. 즉, 피로 사회에서 개인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긍정성에 노출되어 고통의 감정을 거세시키는 것이 (아직까지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보다 먼저 고통을 느끼고 나가 떨어진 루저들이 일으키는 각종 범죄나 자살 등에 대해서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치부한다(분노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오늘날은 분노마저도 사라진다 - 그러려니 하면서). 피로가 어디에서 오는 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헬스 클럽에서, 사우나에서, 혹은 종합비타민제를 먹으면서 피로를 달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는 없다 - 사실 먼저 탈락한 그들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다.

nbsp 그런데 이러한 타자로부터의 자유가 해방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유에서 새로운 강제가 발생한다는 데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타자로부터의 자유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관계로 전도되며, 이는 오늘날 성과주체가 겪는 많은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 | 86쪽

nbsp 철학적인 관점에서, 현대 사회를 피로 사회로 만들어버린 원인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가치인 자유에 대한 당위성에 있다.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당위성은 자유마저도 당위로 만들어버렸고, 그 결과 사람들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굴레에 스스로를 씌워 버렸다. 그러나 이 자유는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부정한 반쪽자리 자유였고,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당위에 빠져서 끊임없이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책임이나 의무를 스스로에게 귀속시킨다(엉뚱한 소리일 수 있지만, 그러한 측면에서 현대 사회에서 프리 라이더(자유를 누리지만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들)은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책임이나 의무라는 것들 속에서 현대인들은 최고 당위라는 자유를 가졌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 속에서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이 엉뚱한 현실에서 스스로를 지켜가기 위해 긍정을 비롯한 각종 하위 이데올로기를 발명하게 되는 것이다(이 엉뚱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칫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과 주체라는 이름뿐인 주체는 스스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착취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현실을 자유로운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로 사회는 자유롭지 못한 사회(진정한 자유를 맛보지 못했음에도 이를 자유라고 착각하는 사회)라는 말과 등치될 수 있다.

nbsp 긍정적으로 보아준다면 성격 없는 인간이란 어떤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역할이나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형성 내지 유연성은 높은 경제적 효율을 가능하게 한다. | 91쪽

nbsp 이 책이 처음부터 현대 사회를 피로 사회라는 프레임으로 정의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분명히 이 책은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로 하여금 피로 사회를 정의하게 하는 원동력은 적지 않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증이나 성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과 같은 정신적 질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질환의 원인을 긍정성의 과잉으로 정의한 후, 현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거나, 현대인들을 피로하게 만드는 다양한 철학적 고찰들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한나 아렌트(H. Arendt)나 조르주 아감벤(G. Agamben) 등이 각각 노동이나 형이상학을 대입하며 현대 사회의 피로를 분석한 것에 대해 이 젊은 철학자는 피로가 누적되어 발생한 이 질병들에 대해 자아 자체가 봉쇄당하고 희석되는 상황에서 긍정성 자체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하는 분석은 피상적이거나 부분적으로만 옳은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넘쳐나는 긍정성이 사회 구조라는 거시적 측면과 자아 내부의 미시적 측면 모두에서 현대인들을 멘붕(정신력 붕괴)시키는 것이 오늘날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피로이다. 문제 의식으로 돌아간다면 이 책은 철학을 다루는 것일수도 있겠으나 심리, 정신분석에 가까운 부분도 존재한다(물론 여러 사람들은 이 부분도 철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nbsp 자유를 가장한 이러한 자기 강요는 파국으로 끝날 뿐이다. | 101쪽

nbsp 긍정 신드롬에 대해서 지금까지 이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책은 기껏해야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의 긍정의 배신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한병철 교수의 철학적인 고찰은 그 시도만으로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기대한 것만큼 아쉬움도 크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긍정성의 과잉이 자아를 파괴한다는 명확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하기엔 각주와 역자의 후기를 제외하고 114쪽에 불과한 분량이 문제였다. 간결하고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좋은 것이지만, 저자는 부수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넣으려고 한 것 같다. 특히 필경사 바틀비와 같이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물론 한국어 번역본이 있지만) 책들을 비평하는 과정이나 2장인 우울사회에서 자신과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던 알랭 에르베르 등과 같은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작 무엇을 그들이 주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아마도 모든 것을 설명해 완성도를 극대화시키고 싶었던 저자의 욕심이었으리라.

nbsp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 있는 것이다. | 114쪽

nbsp 2012-10-05 10:43:28.623
w***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맞은 것은 오늘날이 긍정적인 자기진화의 스트레스와 자발적인 자기착취의 습관화로 인해 무척 피로한 사회라는 점이고, 틀린 것은 푸코의 규율사회에 대한 독법이다. 저자는 규율사회가 단지 복종적 주체만을 의미하고 성과주체 혹은 자발적 노예화와는 다른 양상의 것이라고 간주하는 데 이는 완벽한 착각이다. 저자는 푸코의 규율사회에 대한 논의와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규율사회의 주체성 형성 기제는 이미 저자가 강조하는 자기착취의 이데올로기와 자기주도적인 성과주체를 함의하고 있다. 더군다나 피로사회와 관련된 논의와 그 역사적 맥락을 푸코가 이미 그의 후기작품에서 상론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한 성과사회와 피로사회의 논의는 독창적이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고 상세하지도 않다.nbsp nbsp저자는 오늘날의 사회는 규율사회가 아니라 성과사회라고 진단한다.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긍정도식에 따라 불가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성공과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더 나은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개발하고 완벽해져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는 법. 성과사회의 대표적인 질병은 소진증후군,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의 경색적 질병이 대부분이다. 그럼 저자는 이 질병에 대한 대책이 서 있을까? 아쉽게도 근본적 피로 혹은 치유적 피로라는 저자의 처방전을 순진하게 믿고 따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약선전이 저자의 해법보다 더 낫지 않나 싶다.nbspnbspnbsp 2012-05-31 15:23:14.976
q*** 10년 전보다 더 피곤해진 세상 2023-09-04 01:29:21.637978
a***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23-06-16 15:46:33.415907
s*** 추천을 많이 받은 책입니다 2023-05-28 15:43:51.345975
w*** 철학적 지식이 없는사람은 절대로 읽지말아야. 할 책이다….추천과 리뷰의 허구를 말해주는 책 물론 실력의 부재를 탓하면 할말없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아주 부정적이다 알기쉽게 풀어서 번역해야 하는데.. 완전히 현학적인 목적의 책이다 2023-05-14 19:57:44.866552
i*** 현대사회의 현주소가 아닐까요.. 2023-05-14 11:18:29.073391
j*** 책이 나온지 십년이 되어도 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3-04-24 22:45:37.091219
y***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2023-03-09 20:14:21.945385
i***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2023-02-27 00:41:53.755722
a*** 우리 사회의 자화상

피로사회는 우리 사회를 특징지어준 귀한 개념이다. 피로사회 뒤에 우울사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너무 책이 어려워서 읽기가 어려웠다. 짧은 책이지만 활자를 읽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번역자의 말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성과사회를 재촉하는 자기 계발서는 자기를 착취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자본주의의 논리에 빠져서 스스로 피로사회를 만들어 가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중독을 하는 도핑사회로 가게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피로사회 성과사회 도핑사회 투명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휴식은 피로사회의 처방을 가져다 준다. 오늘의 사회는 능력과 성과를 중요시하고 거기에 맞춰 성공주의 신화와 긍정의 힘을 말한다. 그러나 성과와 능력이 인정받는 세상에는 곧 우울과 좌절의 괴물을 탄생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을 절망시킨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인 모순이다.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과주의에 매몰된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우리의 교육과 사고방식에 대한 중단과 경종을 불러 일으키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좀 더 쉽게 풀어써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은 독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독자수준에 맞게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책 속에서 한마디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2022-12-09 13:49:25.214646
a*** 성과사회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2022-12-01 09:34:45.033989
x*** 정말로 대단한 책을 만났다!! 2022-11-22 20:42:22.417335
w***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철학핵 2022-10-23 18:11:19.691302
h*** 정말 얇아서 금방 읽어요. 2022-10-23 18:07:15.339791
y*** 읽을 만 합니다 좋아요 2022-10-23 18:01:34.22924
h*** 어려운 내용 여러번 읽어보기 2022-10-14 11:26:14.934266
i*** 이시대에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철학적 진단 2022-07-30 21:28:17.64
p***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자기착취, 자기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며, 많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2022-07-22 12:01:21.613
k*** 필독서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2022-07-19 00:16:51.366
t*** 평이 좋아 구매해 봤어요 찬찬히 생각하며 읽어볼 예정입니다 2022-07-10 15:29: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