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ISBN : 9788936470074
- 출판사 : 창비
- 출판일 : 19911212
- 저자 : 조영래
요약
사회적 약자들과 헌법 기본권의 수호자인권변호의 새로운 장을 열다1부에는 조영래가 인권변호사 활약기에 발표한 논설·칼럼·변론문을 실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변론 요지」(1986.11.21)는 희대의 명변론으로 기억된다. 경찰에 의한 성고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조영래는 은폐만을 원하는 권력을 정면으로 꾸짖으며 “진실은 감방 속에 가두어둘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조영래와 권인숙의 승소는 6월항쟁의 기폭제로 여겨질 만큼 큰 의미를 가진 승리였다. 최초의 집단소송, 행정권을 시민이 통제한 첫 사례 등으로 화제가 된 망원동 수재 소송()1984부터 환경병 환자의 최초 승소를 이룬 상봉동 진폐증 환자 손해배상청구 소송(1987)까지, 조영래는 짧은 변호사 활동기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최초의 기록을 새겼다. 그 동력이 어디에서 왔는가는 공판기일 이전 의견서 제출이라는 드문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이경숙 사건에 대한 의견서」(1985.6.19)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 손해배상 청구에서 시작되었으나, 여성의 정년 25세가 합법이라는 원심의 판결로 주부 가사노동의 가치 산정과 여성 조기정년제 문제로 확대되었다. 이경숙은 이 사건이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한국여성 전체의 권익에 관한 문제로 부각”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조영래 역시 사건의 여파가 미혼 여성근로자의 지위, 이혼시 위자료 산정, 재산분할청구권 입법, 헌법상의 평등권,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등 대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고 2심 소송대리에 임했다. 조영래 특유의 시대를 앞서가는 식견과 진보성이 읽힌다. 조영래는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없던 시대에 약자를 돕기 위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고, 인권변호의 대상을 정치범 변호에서 소비자, 여성, 환경이라는 공익으로 넓혀 인권변호사의 새로운 세대를 열었다. 가장 인간적일 때 가장 진보적이 된다는 전태일에 대한 평가는 전태일에 대한 마음의 빚으로 평생을 약자를 위해 살았던 조영래에게도 해당되었던 것이다.일상적 암흑에 빼앗긴 청춘의 세월그럼에도 타오른 인간애의 불꽃2부에는 인간 조영래의 결의와 회한을 여실히 담은 일기·편지·시를 모았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검찰청에서 검사 시보로 잠시 권력을 경험하게 될 때도 그는 오직 타성에 젖어 인간성을 잃게 되지 않을 것을 일기에 다짐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인간성에 거는 우리의 모든 신뢰와 희망”이 갈 곳을 잃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온한 대학 교정에 다녀와서 쓴 일기에는 격랑의 세월로 잃어버린 청춘과 꿈에 대한 상실감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는 한없는 애정과 미안함이, 재로 화한 청년 노동자 전태일을 알아달라 세상에 촉구하는 시에는 정의감과 울분이 가득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평범한 마음도 가졌지만, 조영래의 솔직한 감상은 매번 약자에 대한 우려와 시대적 사명감을 되새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렇듯 인간을 향한 사그라지지 않은 사랑이야말로 그가 20여년간 보여준 끈질긴 활동력의 뿌리였다.3부는 조영래의 활약상을 취재한 기사 모음이다. 학생운동 선봉장 시절이었던 1960년대,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과 민청학련사건으로 법정, 감옥, 도피처에서 고된 나날을 보낸 1970년대, 공익 변호로 최초의 사건들을 맡아 법정사에 이름을 남긴 1980년대의 행적을 요약해서 접할 수 있다. 한결같이 겸손한 인터뷰 태도에서 그의 너른 그릇이 돋보인다. 4부에는 주변인들의 회고와 절절한 애도가 담긴 추모글이 수록되었다. 갑작스러운 영별 앞에서 조영래의 동료들은 조영래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조영래 변호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황망히 되뇐다. 혼란한 세태에서 많은 이들이 의지했던 버팀목 조영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따뜻한 벗 조영래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부천서 사건의 당사자 권인숙은 지난한 재판 과정에서 조영래가 빈틈없는 성심으로 사건과 의뢰인을 보살핀 일을 추억했다. 후배 변호사 박주현은 빠듯한 사정에도 법에 규정된 것 이상의 권리를 보장해주던 조영래의 진보성과 진실성을 알렸다.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다냉철한 통찰과 다정한 영혼으로 남긴 발자취조영래가 바라던 사회는 과연 도래했는가. 민주화를 이루고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금의 한국이 약자들의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자유와 정의를 진리로 삼아 나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격차는 벌어지고 갈등은 격화되며 약자에 대한 연대는 실종되었다는 회의감이 사회 전체에 어둡게 드리운 분위기이다. 조영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우울한 일들에만 사로잡혀 지나치게 낙담할 것은 없다. 원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 아닌가” 하며 냉소를 멀리하고 진보를 멈추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칼럼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햇빛이 눈부시다고 해서 뒷걸음질쳐서 다시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 가려고 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짓이 없”기 때문이다(칼럼 「과거의 동굴로 돌아가자는 사람」). 걸출한 인물은 아깝게 떠나갔지만, 그의 “부서질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마음”을 따라 자유와 정의와 인간애를 간직한 채 나아가자는 것, 그것이 조영래의 글이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 “그는 법정의 변호사이자 민중의 변호사였다” 시대의 불꽃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말들
1990년 조영래 변호사의 때 이른 타계는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다. 1주기를 맞아 조영래를 기리기 위해 동료와 지인들이 그의 글을 추려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을 엮었다. 조영래는 인권변호사이자 민주화운동가이며 문필가로서 한국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43년 생애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고통받는 약자들을 지키는 투쟁의 시간이었다. 조영래에게는 법을 배운 전태일 약자들의 벗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없던 시대의 인권변호사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한 수식어가 생겨나기까지의 여정이 조영래가 적어 내려간 빛나는 글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영래의 삶이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무엇일까. 조영래의 글에서는 일찍이 「전태일평전」에서 보여준 필력이 돋보이지만 더욱 빛나는 것은 그 정신이다. 그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쉼 없이 글을 남겼다. 6월항쟁이나 양김의 단일화 문제 등 주요한 정치적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기고한 논설에서는 거침없는 기개와 격랑의 시국을 꿰뚫는 통찰이 드러난다. 한국 법정의 역사를 새로 쓴 굵직한 변론에서는 판례의 경험칙을 뒤바꾸는 빈틈없는 논리가, 투쟁가의 개인적 고뇌가 생생히 담긴 일기에서는 굴하지 않는 정의감이 읽힌다. 그의 글 한편 한편은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현대사의 기록이자 몸 바쳐 시대를 밝힌 고귀한 영혼의 초상이다.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리뷰
h*** 납품51103했습니다 2019-06-25 12:05:43.556
h*** 서울법대 수석입학자,nbsp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7년간의 도피생활,nbsp전태일 평전의 작가, 권양 성고문 사건의 변호사 그리고 언제나 없는 자의 편으로 살았던 조영래..단순히 인권변호사 정도로 그를 알고 있었고, 워낙 유명한 권양 성고문 사건의 변론이 궁금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지금 비어있는 그의 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nbspnbsp 그 뛰어난 글에 비하면 약간은 어눌해보였다는 그의 말투로nbsp법정에서 단호하게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 없습니다라고 최후변론을 하고 있을 그릴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쭈뼛서는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이런 변호사가 있었던 것은 축복이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일찍 죽은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소설보다 더 아름다운 그의 변론들을 읽고 있자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그의 모습이 더욱 시리다.. 그냥 잊혀지기엔 너무 소중한 우리시대의 정신이 아닐까? 2009-04-07 18:14: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