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ISBN : 9788954677257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222
- 저자 : 심채경
요약
SF영화 속이 아닌, 우리 곁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달 탐사 50주년이 되던 해인 2019년, 네이처는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의 천문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심채경을 지목했다. 현재 심채경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 속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연구자로서의 삶은 영화 〈그래비티〉 주인공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천문대에 가서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일은 드물다. 행성 관측자료는 대개 연구실 컴퓨터로 전송받을 수 있기에,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주로 연구실에서 컴퓨터 속 데이터와 씨름을 한다. 일 년 전후의 독점기간이 끝난 미항공우주국의 관측자료를 쓰기도 한다.영화 속 천문학자의 이야기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사뭇 다른 또하나의 이유는 대한민국의 과학자, 그것도 여성 과학자를 둘러싼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인 저자가 묘사하는 과학자의 삶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편견과 싸우는 삶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에 관한 글 「최고의 우주인」은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들이 어떤 편견과 차별 속에 있는지 조곤조곤, 그러나 날카롭게 보여준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이소연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주정거장에서의 실험을 수행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전문가라는 점은 쉽게 무시되었다. 많은 사람이 놓쳤지만, 우주인 프로젝트의 명목상 목적은 우주정거장에서의 과학 실험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 실험을 수행할 사람이 마침 학계에서 과학 하던 사람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행운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본문 100쪽과학은 세심하게 의심하기에, 찬란하게 아름답다천문학자의 정확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이 선사하는 청량감하늘의 태양과 달과 별은 쉽게 규명하기 어려운 자연현상과 이어지기에, 오랫동안 두려운 경외의 대상이자 왕성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농경을 위한 기후 관측을 위해, 정확한 항로를 위해, 사랑을 노래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미래를 점치기 위해 인류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달에서 조만간 부동산 투자가 실현될 것만 같은, 강대국 간의 새로운 첨단 우주 경쟁이 펼쳐지는 현재에도 여전히 우주는 복잡한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이 제공하는 천체 사진은 과학적 현상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비현실적이고 신비롭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천문학에는 낭만적인 시선이 한껏 더해진다.그러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천문학은 인류의 세계관과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과학이다. 천문학자들의 질문과 발견이 세상을 바꿔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발견과 실험과 오류에 대한 깊은 성찰은 우리 인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곤 한다. 까다로워 보이는 천문학에 기꺼이 매료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심채경의 에세이에는 천문학자만이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과학적이기에 아름답고 독특한 사유들로 곳곳이 가득차 있다.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본문 253쪽 태양계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벌어지는 일 언뜻 천문학은 우리의 일상과 무관해 보이지만,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에도 깊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천문학은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다. 발 딛고 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로부터, 화성 탐사가 실현되고 있는 지금까지 인류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탐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서 인류로,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로 우리의 시선은 확장되어왔다. 우주를 둘러싼 지구인들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우리가 숙연해지며 감탄하는 이유는 작디작은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고군분투가 실은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품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풀지 못할 것만 같은 생명과 우주 탄생의 비밀 앞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천문학의 또다른 지대한 역할이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본문 259쪽
●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프롤로그」에서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13쪽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31쪽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난 나와 용감히 남은 나, 모두를 찬양한다. 그렇게 또 한발 내딛는 연습을 한다. May the force be with me. 32쪽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36쪽내가 들었던 기본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시간에 무관한 기본 지식”이라는 멋진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걸 포스트잇에 적어 공책 맨 앞에 붙여두었다. 45쪽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95쪽어떤 사람들은 이소연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선발된 우주인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당황스러운데다가, 여성 우주인이 앞으로 나서게 되는 것을 고까워하는 시선이 더해졌다. 여성 우주인이 남성 우주인 옆에 후보로 있다가 역사적인 발사의 순간에 손뼉 치며 환호해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100쪽나는 어느 여자 교수님을 혼자 몰래 존경하고 있다. 분야가 달라서 직접 뵙고 말씀 나눌 기회는 흔치 않았지만, 언젠가 그 학과 대학원생을 우연히 만나 “그 교수님 어떠세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초사회에서 자리잡은 여성 과학자는 언제나 호기심과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어떤 성향이실까, 연구 스타일은 어떨까, 강의는 어떻게 하실까, 요즘은 주로 뭘 연구하실까, 그런 게 궁금했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애가 아프다고 학교 안 오실 때도 있고 그래요”였다. 내가 보기에는 정년을 앞두고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멋진 교수님인데, 고작 그런 시선이라니. 1078쪽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156쪽황홀한 황혼은 태양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지구에서 태어난 나를 칭찬한다. 158쪽달에 집을 짓는다면 지구로 향하는 창을 낼 것이다. 창문이 곧 생동하는 액자가 될 테니.230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x*** 잘 읽히기는 하나 천문학자의 에세이 일 뿐 2021-10-17 23:38:04.966
j*** 평이 좋아서 구매했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많아서 기대됩니다. 2022-08-14 00:29:12.393
r*** 어려운 천문학 얘기인 줄 알았다가 의외의 보석같은 책을 발견한 느낌! 2022-08-10 23:19:02.233
q*** 연구하는 사람들, 하늘을 보는 사람들 등 천문학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는 푸른 하늘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검은 하늘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니, 검을 수록 좋다고 말한다. 밝고 산만한 빛 따위는 그들에겐 방해요소일 뿐.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이 동경하는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 같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세상. 그들의 세상은 정말 순수하고 깊은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끝 없이 넓은 우주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볼까? 누군가는 우주라는 방대한 공간을, 누군가는 거대함과 아름다움으로 압도하는 자연의 신비를, 누군가는 수 없이 많은 빛을 뿜는 은하를, 누군가는 작지만 많은 비밀을 품고있는 행성을, 또 누군가는 그 곳에서 삶을 보고 그 속에서 자신을 본다. 저마다 다른 세상을 보고있지만 모두가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에서 보는 세상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결국 같은 천문학자들이자 자신의 삶과 열정을 천문학에 바치는 사람들이다.
천문학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거나 천문학자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면 될 것 같다. 천문학자의 삶과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2-08-06 02:42:11.713
o*** 천문학자의 진솔한 삶 이야기 2022-04-28 05:26:47.46
f***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2022-04-22 02:50:43.706
f*** 천문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삶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2022-04-21 20:55:01.53
b*** 재미있게 잘 읽ㅇ니요 2022-03-04 20:12:26.3
s***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타 그래서 망설임없이 픽 2022-03-04 20:09:36.396
l***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2022-03-03 23:20:31.646
w*** 별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볼 때마다 그냥 별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나와는 멀리, 아주 먼 곳의 이야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심적으로 훨씬 가까워진 것 같아요. 천문학자인 저자는 자신을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 하늘의 태양과 달과 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것을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매우 색다른 경험이네요. 그래서 이 책은 우주를 사랑하듯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nbsp 어느 천문학자의 일기였네요. 무엇보다도 즐겁게 몰입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어요. 즐거움과 몰입, 바로 제가 삶에서 바라는 것이거든요.
nbsp
2022-02-28 23:39:27.246
a*** 책 잘읽었습니다 2022-02-12 18:55:05.376
z*** 천문학에 대한 다른 관점 2022-02-02 21:28:22.796
l*** 과학자이야기 흥미롭네요 2021-12-16 20:57:43.836
h*** 전혀 알지 못했던 천문학자의 삶에 대해 간접체험하여 좋았습니다 2021-12-15 08:20:54.503
h*** 어릴적 꾸던 꿈이 많았는데 천문학자도 있었네요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제목에서 일단 끌려서 사봤는데, 재미있게 잘 읽겠습니다. 2021-10-21 10:35:54.263
r***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기분 2021-10-20 13:25:41.77
g*** 읽는 만큼 여유로워지는 마음 2021-10-20 13:22:54.373
h*** 프로롤그를 읽다가 전격 구입. 유머가 엄습합니다. 2021-10-14 22:33:41.19
l***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과학자의 에세이다. 우리나라는 문과/이과를 잘라놓고 서로의 것을 배우면 안 되는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문과생에게도 이과적인 교양 지식이 필요하고 이과생에게도 읽기와 쓰기의 기술은 필요하다. 최재천 박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과학자와 대중이 생각하는 위대한 과학자가 다르다고 했다.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를 묻는다면 우리들은 단연 리처드 도킨슨을 얘기할 것이고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를 묻는다면 칼 세이건을 얘기할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책을 썼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중요하다. 엄청 어려운 학문을 연구하여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의 이해와 공감은 과학의 발전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책도 제목만 보고 구매했다. 천문학자의 이야기겠구나 싶었지만 에세이일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우리 주위에 흔치 않은 천문학자의 삶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서정적이고 매끄럽게 글을 써나가는 과학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늘 동경하는 학문을 파는 과학자의 이야기. 나에게는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주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그리고 미래를 향해가는 모습까지 아주 매끄럽게 적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학문으로서의 과학이 얼마나 열악한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lt우리gt라는 단어를 내 주변인이 아닌 과학을 연구하는 모든 과학자를 뜻한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는 학문을 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주는 Universe, Cosmos 그리고 Space라고 불린다. Universe는 자연 그대로의 우주, Cosmos는 질서와 조화 측면에서 바라본 우주이다. 마지막으로 Space는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주를 여러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Cosmos가 나와서 얘기지만 lt칼 세이건gt의 Cosmos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신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lt칼 세이건gt만큼이나 우주가 가슴 띄고 황홀하지는 않다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맞아 그럴 수 있겠다며 혼자 피식 웃었다.
수성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하루에 두 번씩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으며 보이저 1호가 176년에 한 번씩 갈 수 있는 항로로 여행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 176년 만에 한 번씩 오는 경로는 대부분의 행성을 거쳐갈 수 있는 항로이다. 뉴 호라이즌스 호도 명왕성에 도착한 9년간의 항해 속에 만난 행성은 2개 남짓하다. ) 가벼운 문장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과학 지식은 과학자 에세이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이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 되면 우주비행사가 될 거에요
우주비행선을 타고 높이 높이 우주로 날아가요
천왕성을 지나 해왕성을 건너 우리 은하계를 여행할 때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을 만나 인사 나눌지도 몰라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온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안돼!라고 외치고 눈물이 차오르는 글쓴이의 에피소드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멀리까지 갈 거야? 그러면 엄마는 속상할 것 같은데 그냥 노래야, 노래 엄마랑 같이 그냥 지구에서 살자 응!
직업병처럼 종종 출몰하는 직업병 같은 문장들은 천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즐거움의 위트였다. 그렇지, 그렇지. 그래야 천문학 자지.라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은 명왕성 얘기로 마무리한다. 명왕성은 행성에서 134340이라는 왜소 행성으로 변경되었다. 그놈의 기준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수금지화목토천해므영읍 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명왕성을 치명적인 경쟁 속에 소모되는 십 대들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입시에 실패하면 명왕성처럼 행성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말미에 조금 더 희망적인 얘길 한다.
인류가 태어나기 전부터 명왕성은 그대로 명왕성이었고 아무리 왜소 행성이라고 불러도 명왕성은 명왕성일 뿐이다. 명왕성도 우주의 하나의 존재로서 서로의 중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얼마나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인지. 살아가면서 조금은 소외받는 일이 있더라도 명왕성처럼 그렇게 내 존재를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
2021-10-14 09:23:52.67
s*** 재미있고, 잘 읽혀요 2021-09-27 19:27:43.81
s*** 제목만보고도 끌려서 구매했네요. 글이 잘 읽혀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2021-09-09 15:49:30.433
a*** 모르고 있던 천문학자의 삶을 알게 해주는 책 2021-08-25 09:38:49.593
g*** 어릴적 꿈은 과학자. 초2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던 lt꾸러기 발명왕gt이라는 영화를 본 뒤로 내 꿈은 유전공학자였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나는 이과 체질이라 생각했다. 무엇인가 만들기를 좋아했고, 중학교 내내 PC도 조립하고, 월간지도 구독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했다. 수포자의 길을 걸으며, 과학자의 꿈은 접었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가 되어 보자! 대입 당시 문과에서는 상당히 선도가 높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제길슨. 경영학은 문과가 아니었다. 미적분, 삼각함수 그토록 싫어했던 수학이 다 등장한다. 회사에 입사해서도 그 전공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토록 싫어하는 숫자 만지는 일을 어느 덧 19년째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과학에 대한 꿈은 있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신비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다. 칼 세이건의 벽돌책 lt코스모스gt도 정독했고, (이 책은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독파하기 힘들다) 오래 전이지만 김해 출장 길에 천문대를 혼자서 가 보기도 했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로망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우리나라에 유명한 천문학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분의 산문집 lt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gt를 읽었다. 마침 경북 영양에 있는 천문대를 가기로 한 터라 휴가 때 읽었다. 심채경 박사는 달을 연구하는 학자다. 네이쳐誌에서 인터뷰를 할 만큼 알려진 학자인 듯 하다.(난 이 분야는 잘 모름) 이 책에서는 어떻게 천문학자가 되었는지, 천문학이란 무엇인지도 설명을 해 주고, 워킹맘으로서의 어려운 직장 생활의 고뇌도 있고, 우리가 알아두면 상식으로도 좋은 천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도 담겨 있다. 글에 유머와 위트가 있어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게 되기도 한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진할 달 탐사 계획을 접할 때는 짜릿함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살짝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이해를 도와줄 사진자료가 있었다면 금상첨화 2021-08-15 18:24:17.93
s*** 하늘뿐만이아니라 삶을 읽어볼수 있어서 좋았네요 2021-08-09 14:17:02.39
e*** 천문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던 책 2021-08-06 09:42:50.94
g*** 책을 다 읽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2021-08-04 01:43:40.42
a*** 천문학에 1도 관심없었는데 이책을 읽고 밤하늘을 보게 되네요. 잘 읽히고 궁금해지는게 많아지는 책, 작가님의 따뜻한 메일을 읽다 울컥하기도 했어요) 2021-07-15 18:57: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