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밝은 밤
Post
Cancel

밝은 밤

정보

  • ISBN : 9788954681179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727
  • 저자 : 최은영

요약

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엄마를 거쳐 내게 도착한 이야기그렇게 나에게로 삶이 전해지듯 지금의 나도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과거의 무수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듯 지금의 나 또한 과거의 수많은 나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떠난다.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연은 도망치다시피 이사를 결심한다. 바닷가의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열 살 때 할머니 집에 놀러가기 위해 방문했던 때를 빼면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이다.“나아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15쪽)는 시간을 보내며 희령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주말, 지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다. 지연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가끔 마주칠 때면 반가운 내색을 하던 분이었다. 오후의 햇살로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서 할머니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내 딸의 딸인데.”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손녀 이름이 지연이예요, 이지연. 딸 이름은 길미선.”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나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언덕 위에 어색하게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는데, 나는 할머니가 처음부터 나를 알아봤다는 생각을 했다.“할머니.”내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랜만이야.”(2021쪽)어떤 이유에선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탓에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지연 앞에 나타난다. 지연은 할머니와의 재회에 어색해하고 어려워하면서도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23쪽)를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만남을 계기로 할머니의 집에 방문하게 된 지연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사진 한 장을 건네받는다. 사진 속에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두 여자가 미소 짓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놀랄 정도로 지연과 닮아 있다. 할머니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라고. 그러면서 황해도 삼천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던 지연의 증조할머니가 어쩌다 양민의 자식인 증조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내며 이곳 희령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그것을 시작으로 밝은 밤은 지연이 희령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할머니에게 전해듣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 이야기 형식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이야기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연이 재구성한 것이라는 데 있다. 즉 193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증조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연이 자신의 시점에서 꿰어나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게 밝은 밤은 두 이야기의 시간을 오가며 사진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오래전 사람들을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그들을 현재에 다시 살려낸다.“사랑은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지금 나에게 이른 궤적을 거슬러올라가며 발견하는 사랑의 기원“시간은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얼어붙은 강물”이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173쪽)고 여기는 전남편의 믿음과 달리,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야기는 과거 또는 현재의 이야기로 고정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부드럽게 섞여든다. 백정의 딸로 태어나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던 증조할머니가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 처음으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1930년대라는 시간을 벗어나 현재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연에게로 흘러들고, 팔순을 앞둔 할머니는 지연의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주름이 깊게 패고 허리 굽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이든 노인이 아니라 “먹을 것을 투정하지도 않았고 젖니가 나는데도 보채지 않”(74쪽)는 순한 아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인물들은 현재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나를 간직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한 작가 최은영의 믿음과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새비 아저씨는 그만큼 더 사는 거잖아”(81쪽)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엄마를 거쳐 지연에게 전해지며 계속 이어지고, 그렇게 여러 겹을 통과해 도착한 이야기는 현재 지연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니 밝은 밤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삶은 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최은영의 아름답고 진지한 대답이라고. 최은영은 소설이 지닌 고유의 힘을 깊이 신뢰하는 정공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하게 내디디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가는 마음의 물길을 그려나간다. 책을 덮는 순간 완성되는 그 물길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그 물길은, “그곳이 가시덤불”(56쪽)일지라도 아주 적은 사랑이 고여 있기만 한다면 그곳으로 흘러가리라는 것. 햇볕에 데워진 돌멩이를 만질 때 전해지는 온기처럼, 최은영이 발견해 우리에게 건넨 사랑은 이토록 따듯하고 단단하다.

●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 오정희(소설가)

백 년의 시간을 감싸안으며 이어지는 사랑과 숨의 기록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첫 장편소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등단 이후 줄곧 폭넓은 독자의 지지와 문학적 조명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문화계 프로가 뽑은 차세대 주목할 작가(동아일보) 2016, 2018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교보문고 주관) 독자들이 뽑은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예스24) 등 차세대 한국소설을 이끌 작가를 논할 때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최은영 작가는 2019년, 예정돼 있던 소설 작업을 중단한 채 한차례 숨을 고르며 멈춰 선다. 의욕적으로 소설 작업에 매진하던 작가가 가져야 했던 그 공백은 “다시 쓰는 사람의 세계로 초대받”(작가의 말에서)기까지 보낸 시간이자 소설 속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밝은 밤은 그런 작가가 2020년 봄부터 겨울까지 꼬박 일 년 동안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다듬은 끝에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로, 「쇼코의 미소」 「한지와 영주」 「모래로 지은 집」 등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편소설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온 작가의 특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출간된 2016년의 한 인터뷰에서 장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엄마나 할머니, 아주 옛날에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던바,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하며 강인한 존재감으로 서서히 주위를 밝게 감싸는 최은영의 소설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왜 개새끼라고 하나. 개가 사람한테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거 아닌가. 아무 조건도 없이 잘해주니까, 때려도 피하지 않고 꼬리를 흔드니까, 복종하니까, 좋아하니까 그걸 도리어 우습게 보고 경멸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사람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을 하며 개새끼라는 단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 자신이 개새끼 같았다.(13쪽)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14쪽)증조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다. 잠시라도 뒤돌아보면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십칠 년 동안 살던 집, 누린내가 가시지 않던 집, 똥지게꾼도 상대해주지 않아 스스로 오물을 퍼내야 했던 집, 해질녘 구석에 핀 꽃이 예뻐 바라보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날아온 돌에 머리를 맞아야 했던, 무엇 하나 좋은 기억이 없던 집. 그 집을 떠나 기차역으로 가는데 그 짧은 길이 천릿길 같았고, 걸음걸음이 무거워 납으로 만든 신발을 신은 것 같았다.그래도 떠나야 했다. 그게 사는 길이었으니까.(34쪽)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54쪽)그녀는 아이가 작은 몸과 마음으로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하는 게 아닐지 근심했다. 그녀의 사랑은 그 근심에서 자랐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웃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마음으로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어미의 본능적 사랑 같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73쪽)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러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81쪽)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120121쪽)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원자폭탄으로 그 많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자 한 마음과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긴 힘은 모두 인간에게서 나왔다.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별의 먼지가 어떻게 배열되었기에 인간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언젠가 별이었을, 그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130쪽)예전처럼 며칠씩 서로 말도 붙이지 않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일 만한 일이 우리에게는 더이상 없었다. 큰불이 나기 전에 꺼버렸고, 상대에게 작은 불씨를 던졌다는 것에 문득 무안해지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그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눈빛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137쪽)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199쪽)편지에서 묻어 나오는 명숙 할머니의 애정이 할머니는 버거웠다.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보면 결국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절실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으니까. 남선의 모진 말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할머니를 울게 했다.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220쪽)


#밝은 밤

리뷰

p*** 읽는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제가 정말 애정하는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을 읽는 설렘인지, 인물과 하나가 되어 느끼는 슬픔인지 헷갈렸는데 다 읽은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 다였구나, 싶었습니다 읽는 동안 정말 많이 울었어요 작가님이 적은 문장들은 모두 따뜻한 손을 가지고 있어서 문장 하나하나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더위가 괴롭게만 느껴지는 요즘, 책을 읽으며 희령의 밤바다를 상상하는 동안에는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바람이 꼭 바닷바람 같네요 인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을 제목 그대로 밝게 비춰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어둡게만 느껴졌던 저의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깜깜한 밤이 조금 더 밝은 밤이 되었어요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일으켜 세워주기보다는 함께 주저 앉아 울어주기도 하고 도닥여주기도 하면서 차분한 위로를 건네는 힘이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읽고 싶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좋은 소설을 읽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2021-07-29 00:59:46.303
f*** 최은영작가의 신작 밝은밤은 혼술과 제법 잘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전엔 따뜻했던 느낌의 글들이 좋았다면 이번 첫 장편은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작가님으로 나아간것 같아 독자로써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조금 예전 관점의 느낌이있지만 그래도 잔잔히 흘러가는 긴 흐름이 지금 자신의 모습 등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인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구절은 많아서 따로 적지 않았네요. 대신 첨부 사진에 접힌 부분이 좋았던 부분들 이었습니다. 많네요^^ 2021-08-19 18:03:57.673
b*** [밝은 밤 리뷰대회] 사람한테 상처 받고, 사람한테 위로 받는다.

낡은 사회 규범과 부조리한 윤리관이 근절될 수 있을까. 증조모,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4세대에 걸친 시간 동안 여성은 인격의 주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치부된다. 일제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남편이라는 보호자가 있어야 했다. 최소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다. 남편의 중혼으로 인해 자식을 홀로 키우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적에 자식을 올리지 못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이혼을 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것은 여자였을 거라는 무례함에 시달려야 했다. 여성의 인격을 말살시키고 남성 지배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악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여자끼리 여성의 주체적인 행동에 위험하다라고 핀잔한다. 여자가 공부하는 것, 여자가 이혼녀가 되는 것, 아들이 없는 것 등을 평범하지 않다고 흠집 내며, 남들처럼 살라고 구박한다. 이는 잘못된 악습을 내면화한 결과이다.

그러나 「밝은 밤」속 삼천, 새비, 영옥, 희자는 연대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피고, 위로한다. 단순히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동정하는 게 아니라 깊은 유대 관계 속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물론 관계가 가깝다는 것은 상대방으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가까운 만큼 자주 기대하고, 어긋나면 실망하고, 아파하다가 또다시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삼천과 새비, 영옥, 희자 그리고 지연과 지우를 통해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한테 상처받지만 결국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희망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주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보고 포용해주기도 한다. 시간인 흐르는 동안 영원히 반복되고,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붙잡아 주는 것도 사람이 아닐까. 2021-08-18 18:50:03.49
s*** [밝은 밤 리뷰대회] 반짝이는 강물처럼 흐르는 연대를 그리며

콩 한 쪽을 나눠먹고, 살을 부대끼며 살던 시절은 진작에 갔다. 더 깊숙이 가까워지기를 갈망하기보다 행여 질척일까 걱정한다. 꾹꾹 눌러 쓴 손편지는 너무 진지하고, 가벼운 터치의 좋아요 정도가 적당한 애정표현이다. 엄마 세대, 엄마의 엄마 세대,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세대에 비해 관계의 농도는 훨씬 옅어졌다. 코로나는 그 흐름에 쐐기를 박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서로를 갈구한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lt밝은 밤gt을 읽기 전까지. 새비와 삼천이, 영옥과 희자는 끊임없이 서로를 침범한다. 지치지도 않고 그리워하고, 상대의 손길을 잡아 끈다. 살갗을 내보이고, 품을 내어준다. 그 사이를 흐르는 애정이 반짝이는 강물이 되어 독자의 마음 안에 넘실거린다. 언제고 그런 온도를 간직할 것 같이 따뜻하게 찰랑인다. 빛이 어둠을 몰아낸 밤이 휘영청 밝다.

내게도 밝은 밤 같은 날들이 있었다. 엄마 세대에서 어쩌면 흔한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자주 몸을 떨었다. 불이 꺼져야 하는 시간임에도 우리집 차가운 형광등이 무심히 밝았다. 낮은 밤 같고, 밤은 낮 같은 날들이었다. 엄마가 결국 집을 떠난 고2 겨울까지, 오래도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러던 내게도 곁을 내어준 존재들이 있었다. 그 다정한 침범에 기대어 여태껏 살았다. 손편지가 좋아요로 바뀌었어도, 포장지를 고르던 일이 선물하기 클릭으로 바뀌었어도 반짝임은 줄곧 그대로였다.

lt밝은 밤gt을 단숨에 완독한 날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무심히도 밝았던 나의 밤들이, 나의 밤을 밝혀주던 존재들이 속수무책으로 떠올랐다. 그들을 더 마음껏 그리워하고, 끈질기게 가닿고 싶어졌다. 이 책은 그래도 된다는, 아니 꼭 그러자는 결의 같다. 진실한 연대가 사람을 살린다. 그건 절대 변치 않을 테니, 이 소설도 아주 오래 많이 사랑받을 것이다. 2021-08-16 09:13:13.326
h*** 우주의 한 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으로 느낍니다. 문장마다 가슴을 파고드네요. 2021-07-28 01:55:18.22
n*** 작가님 작품은 항상 따뜻해서 좋아요 2021-07-25 00:22:08.276
p*** [밝은 밤 리뷰대회] 이 책을 읽는 동안 시대를 초월한 마음을 들었다. 옛날에 어렸을 때나 듣고 쭉 잊고 살았는데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여 눈물을 멈춰요.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 시간을 지나서, 시대를 넘어서 그대를 지켜줄 테니.” 나는 항상 과거의 나를 만나고 싶었다. 일 년이라도 좋으니 되돌아가 나를 지켜주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과거로 가면 갈수록 나는 그저 체념하여 세 대 맞을 것을 한 대 맞는 것에 만족하는 미선이와 같아서 좋은 일도 좋은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나이로 따지자면 4년쯤 흐른 후에 나는 지연이와 같은 나이일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할 거고 어쩌면 결혼했을 수도 있겠다. 과거의 나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은, 미래에서 온 나에게 지금 위로받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연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미래로부터 온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지연이는 이미 돌아가신 증조모의 이야기, 새비네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받는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나는 지연이가 이제 다시 시간을 넘어 그리고 공간도 넘어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미선이가 영옥에게 항의하듯 나도 성인이 된 후 항의하듯 차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부모님 댁에 한두 달에 한 번만 갔다. 항의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다. 새비 아저씨가 천주님을 사랑했기에 죽을 때까지 항의했듯이. 만날 때마다 미선이 지연에게 하는 말들은 엄마가 내게 하는 말들과 같았다. 나는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평생 전전긍긍했지만 부모님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남자들을 소개해 주며 내가 그를 내조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다. 아버지는 내가 서른이 넘으면 남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네가 별거나 되는 줄 아냐고 하셨다. 맞는 말이어서 나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과거의 나를 닮은 모습을 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얘기를 할까 생각해 본다. 2021-08-22 19:14:15.6
e*** 작가님의 글의 힘으로 인물들 모두에게 너무 몰입되어, 읽으면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눈물이 목까지 차고, 울음이 터지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파가 아니라 오히려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참아가며 상대를 위하고, 세대를 거슬러 서로를 치유해주며, 각각의 시대를 이겨낸 여인들의 모습들이 가슴에 오래 남을것 같아요.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도 저도모르게 오열한적이 있었는데..제가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던 슬픔과 아픔을 글의 인물들을 통해 강하게 느끼게 되어 그런거 같습니다. 눈물이 터지면서 저도 모르게 치유되는 느낌마저 가졌습니다. 첫 장편이신데도 손에서 뗄수 없었고 이번 책 역시 저에게는 잊지못할 감동적인 책으로 기억될것 같습니다. 2022-03-15 23:01:52.586
k*** 읽는내내 먹먹했어요. 작가님 너무 애쓰셨어요. 정말 잘읽었습니다. 2022-01-02 11:50:45.646
z*** 클로버 하트 100개 표시하고 싶어요! 맨 뒤 작가의 말중에 물주머니 같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책 읽는 내내 저도 물주머니 같았어요. 그렇다고 슬프거나 마음 아프기만한 게 아니라, 책 내용 중에도 있는데 마음을 꺼내서 그 물주머니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말린 느낌이었어요. 최은영 작가님 작품은 항상 고여있는 마음을 흐르게 해줘서 좋아요. 햇살 반짝이는 개울물 같아요. 2021-08-26 10:22:12.353
c*** [밝은 밤 리뷰대회] 밝은밤을 읽는내내 마음이 울컥거렸다 이제는 기억도 희미해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젊어서 혼자되어 아이넷을 힘들게 키우며 살아온 엄마의 마음이 생각나서…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책이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친구가 되어준 그녀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021-08-22 22:23:58.4
r*** [밝은 밤 리뷰대회] 이야기는 이어진다. 목소리가 있을 때, 그리고 들어주는 자리가 있을 때. 이야기가 이어질 때 사람들은 갇힌 세상에서 벗어난다. 약 100년 동안 흐르는 이야기에서 인물들은 각자를 가두는 마음의 감옥과 생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그 이야기가 lt밝은 밤gt 안에 담겼다. 증조모,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에게로 흐르는 이야기, 엄마와의 관계는 유리처럼 조심스럽다가도 방심하는 사이 깨져 상처가 된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마음과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 친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소설 속 미선처럼 일평생 기대하고 실망하는 엄마와 일평생 부응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고 싶은 딸,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을 보며 어딘가에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소설 속 인물들이 한걸음씩 나아갈 때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건 아니라는 희망을 보기도 한다. 엄마, 딸, 손녀의 이야기 속에서 남자들은 이기적이고 뻔뻔하다. 여성은 약해서 배제당하고, 강해서 배척당한다. 그럴 수 있어서 그랬던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 세상이었기에 사과 받으려는 기대는 사치일 수밖에 없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소설 속 인물들은 종과 횡으로 얽혀있다. 끝끝내 나 자신으로 서기 위해 서로 밀어내고, 미워하다가도 결국은 끌어주고, 날개를 달아주며 안식처가 되어주고야 마는 여성 존재들의 끈끈한 연결이 긴 세월 속에 얽혀 흐른다. 그 끈끈한 매듭에서 따스한 온기를 누렸다. “우리 대견한 영옥이, 아즈마이가 다 안다. 오늘은 마음껏 울고 훌훌 털어버리라우”라는 대사에 눈시울이 붉어진 건 그래서일 거다. 두려운 시절, 불안한 상황, 지붕처럼 피하려고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갔으나 인물들에게 정말 구원이 된 건 누구였을까? 그건 바로 함께있던 여인들이고 그들의 손을 잡은 자신일 거다. 어깨를 내주는 것 같은 별것 아닌 그 마음으로 서로를 살리면서. 2021-08-21 23:22:16.423
o*** 쇼코의 미소를 접하고 나의 최애 작가가 된 최은영 작가님의 첫 장편이라 예약해서 받자마자 단순에 읽었습니다. 한동안 글을 못 쓰셨다는 작가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마치 내 일인양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런 좋은 책을 쓰시려 힘든 시길 건너신 듯하여 책을 덮고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내요.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너무 아픔이 많아 그 아픔을 담아내는 작가들의 방식이 다양한데 젊은 최작가님이 그 아픔을 담아 낸 글이 지금 또다른 힘듦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듯 하네요. 그 힘듦을 견뎌냈듯이 우리도 이 책의 제목처럼 밝은 밤을 즐길 수 있길 바라봅니다 2021-08-21 12:28:15.42
a*** 문학동네 북클럽으로 티저북을 받아 봤습니다. 저녁 내내 3시간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펑펑 울면서 읽었네요. 증조모와 새비아주머니의 서로를 살려내는 깊은 우정과 아직 앞 부분이라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올 주인공과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어떻게 풀어져 나올지 너무 기대됩니다.

마음에 와 닿은 문단을 남길게요♥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따뜻한 물로 씻겨주고 싶었다. 깨끗하기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이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작가님이 참 힘드실 때 이 책을 쓰시고, 쓰고 나니 위로 받았다는서문처럼 읽는 동안 저도 위로받고 싶네요. 책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2021-07-15 22:34:31.15
m*** 무조건 믿고 보는 최은영 작가님! 전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정말 기대됩니다!! 2021-07-12 16:50:46.19
c*** 나,엄마,외할머니,증조할머니… 그녀들의 삶.. 닮아서 아프고 상처받고 상처 받지 않으려하고.. 아픈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너무 와닿았다… 마지막에는 눈물이..ㅠㅠ 점차 치유해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프고 좋았다. 2022-01-07 19:30:52.61
q*** 한장씩 넘길때마다 아까워지는 책…. 돌아가신 할머니의 청춘을 상상하가다 같이누워 낮잠자던때가 그리워지는 그런책이라서 그런가? 읽다가 눈물이 나기도 하다가…. 2021-12-23 23:18:07.303
d***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따스한 소설이었어요. 큰 위로가 됐습니다 2021-09-14 19:03:14.44
n*** 한동안 따뜻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2021-09-04 15:44:24.713
k*** 최은영작가님 책 처음 읽어봤어요. 너무 재밌어서 반 읽었는데도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어요. 제 외할머니도 영옥할머니와 비슷한 시대를 사셨어서, 저희 엄마가 미선아주머니와 비슷한 가정에서 자라와서 엄마와 외할머니의 얘길 듣는 것같아 너무 가슴 아팠어요. 가끔 이런 울분을 어떻게 털어버려야 할 지 몰랐었는데 읽으면서 엉엉 울면서 좀 덜어냈던거 같아요.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2021-09-01 19:45:12.423
r*** 오랜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일단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북카드에 적힌 책 속의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고 읽게 됐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했어요. 어떤 문장은 이해하게 하고 또 어떤 문장은 공감하게 하는데, 최은영 작가님의 문장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줬어요.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마치 내가 느끼는 감정처럼 느끼게 해주는 게… 나중에는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인물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했고 즐거웠고 그때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책 덕분에 작가님을 알게 되어서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장편소설은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요. 작가님 앞으로도 장편소설 자주 내주세요. 작가님 책은 그냥 믿고 보겠습니다.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하셨으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정말 재미있고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내용이에요. 모든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사연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기분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2021-09-01 15:31:02.23
a*** [밝은 밤 리뷰대회] 밝은 밤을 읽을 때 처음의 감정은 밤에 가까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마음을 지녔을지도 모를 삼천과 새비의 어리고 젊었던 시절을 바라보면서 그저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그녀들이 살아낸 시간이 아픔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지연과 영옥 할머니의 긴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니, 감정도 점점 정돈되면서, 밝은 밤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지연이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나를 품고, 스스로를 알아차리며, 다가가서 감싸 안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연과 영옥의 긴 대화들과 백 년의 숨결이 담긴 기록들이 어두웠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서서히 물들여 깊은 내면을 비추니, 그녀가 자신을 응시하며,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지연은 이내 조금 자유로워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위로와 힘을 그리고 나에게 다가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의 저와 비슷한, 친구와 같은 지연에게 여기 네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잘 지내.라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2021-08-27 14:00:52.27
o*** [밝은밤리뷰대회]

연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우리 이전에 먼저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연대를, 우정을, 사랑을, 연결성을 그려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어루만지는 다정함이 느껴지는 소설 lt밝은 밤gt.

아야기 구성은 담백하다. 이혼 후 희령으로 내려간 지연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지연이 자신을 꼭 빼닮은 증조할머니의 이야기 듣게 된 것도 바로 할머니로부터다. 집안 여성들의 역사를 만나며 비로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되는 셈이다. 세대를 건너뛰어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역사를 들으며, 지연은 비로소 엄마와 자기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모두는 제각기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임을. 기구한 삶의 굴곡을 따라 치열하게 한걸음씩 내딛어왔을 뿐임을. 그러므로 미워할 것도 용서할 것도 없음을.

채도는 낮지만 부드러운, 어딘가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절망으로 가득차있지도 희망으로 붕 떠있지도 않은, 그 중간쯤 어디에 있는 것 같은. 섣불리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는 담담함. 슬픔이 맴도는 세심한 언어로 쓰여진 다정한 이야기.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지연은 나를 너무 쉽게 버렸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모습들이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깨닫는다. 결국 나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건 나뿐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은 어떤식으로 펼쳐지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것밖에는 없다. 2021-08-23 18:35:11.716
x*** [밝은밤 리뷰대회] 읽는 내내 얼마나 울다가 웃었는지 모르겠다. 삼천과 새비 - 영옥과 희자 - 미선과 지연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먹먹했다. 일제시대부터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살아내고야 마는 여성들은 매일 피눈물을 흘리며 하50582게 지새운 불면의 밤을 보냈겠지. 내가 엄마에게 아주 약한 죄책감을 가진 채 무례하게 대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것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는 늘 그래왔던 거 같다. 그래도 어김없이 아침이 오고 우린 살아가야 하니깐 지연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반려동물의 온기를 느끼며 기운내 볼 것. 2021-08-23 02:51:17.176
t*** [밝은 밤 리뷰대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한자한자 곱씹으며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봤어요. 오랜만에 읽는 종이책, 믿고 보는 최은영 작가님위로가 되는 시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021-08-22 23:44:41.8
p*** [밝은 밤 리뷰대회] 증조할머니부터 주인공까지 4대 100여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39밝은 밤39을 읽으며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가까운 과거지만 역사책 속 내용 외엔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게 인물들 각각의 삶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희령이라는 도시에서 이십여년만에 할머니를 만난 주인공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며 백정의 딸이었던 증조모 삼천부터, 할머니 영옥, 엄마인 미선과 자신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천주교도로서 인간은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삼천이를 위해 자신이 희생했다고 소리치는 증조부, 할머니를 속이고 중혼을 했으면서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길남선, 외도로 이혼한 전남편 등으로 인해 상처 받기도 하지만, 해와도 같은 새비 아저씨, 타인의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위하는 명숙 할머니, 서로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고 일으켜주는 우정어린 관계들이 인물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일제강점기, 피난, 전쟁, 히로시마 원폭투하 같은 역사의 굴곡을 거치고, 외부 상황이나 가족 간의 관계로 인해 절망스러울 때도 상대를 생각하며 적어 내려가는 편지와 먼 길을 오가며 교류하면서 인물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하면서, 끝끝내 진심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인물들을 보며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삼천과 새비, 희자와 영옥, 미선과 명희 언니, 지연과 지우의 우정을 보면서, 친구들에게 나는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할 만큼 힘이 되어주는지,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죄책감과 자신의 탓을 하던 주인공이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힘을 내게 되었다. 할머니와 가까워지고, 그리워하던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엄마와의 관계도 발전시켜나가는 지연을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저마다의 삶을 가지고 인생을 헤쳐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더 사랑하고 싶다고, 더 따뜻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1-08-22 22:18:33.203
v*** [밝은 밤 리뷰대회]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 출근 길 신간 알림이 뜨자마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는데, 오늘에서야 작가의 말을 끝으로 책을 내려놓았다. 증조모,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임에 나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고, 가슴을 답답하게도 했으며, 눈물짓게도 했다. 특히나 엄마와 지연이와의 날이 선 대화 속에선 너무나 자연스레 나와 나의 엄마의 관계가 그려졌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질서가 존재하는 엄마의 세대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어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와 아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곤두섰던 그 시점을 조금 지나와 돌아보게 된건, 내가 가장 분노했던건 엄마의 삶을 만들어낸 무언가가 아닌 그 삶을 살아낸 엄마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분노했던 건 엄마를 위한 삶을 살지 못함으로부터 온 것이었지만, 나의 분노는 엄마를 위한게 아니었다. 나의 분노의 대상은 가장 쉬운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건 나를 위한 것이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으로부터 막는 모든 것들은 자유와 멀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제도나 관념 따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든, 그것을 눈에 보이도록 살아내는 사람이든 말이다.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앉았지만 책에 대해 가타부타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매번 놓고 싶진 않지만 일상을 살다보면 자연스레 놓아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것들 앞에 나를 다시금 인도해준 이 책에 대한 고마움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시선 두는 작가, 최은영 작가님과 그의 시선에 담겨 있는 사랑이 오래토록 온기를 머금게 되기를 소망한다. 멀리있지만 가까운 우리가 자유로이 공생할 수 있기를. 2021-08-22 22:02:33.703
s*** [밝은 밤 리뷰대회]여러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지연이라는 인물에 나 자신을 투영하며 읽었다. 그녀처럼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엄마를 둔 사람으로서, 가슴 속 응어리를 함께 풀어나가는 심정으로 그녀의 속시원한 대사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더 꿋꿋히 자신을 드러내주길, 불합리한 시대정신에 맞서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특히 미선이 지연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할 때, 미선에 쌓인 분노를 표출함에도 39술을 많이 마신것 같다39, 39무슨 말인지 모르겠다.39, 39눈물을 흘리는 나를 두고 방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음악을 틀고 건강체조를 했다.39, 는 구절을 읽을때면 나는 자연히 지연과 함께 침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선이 살아온 시대 관습으로 형성된 내재적 신념을 떼어두고서라도, 왜 아픈 손가락인 자식에게 따뜻한 말로 보듬을 수 없었는지, 분통이 차오르고 먼지 속에서 숨을 쉬는 듯한 답답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연에게는 할머니 영옥이 있어서 나보다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보일러 고장으로 할머니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모습이 어쩌면 지연의 엄동설한같은 마음에 구들장이 되어 마음을 덥혀준 할머니의 깊은 애정을 말하는게 아닐까?할머니와는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거리에서 직접적인 위로의 말을 주고 받지 않았어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지연은 자신을 치유해나간 것이 분명하다. 소설 초반의 지연은 나약함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증명해야한다며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가는 모습이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현재와 과거를 분리해나가며 극복해 나간다. 마지막에는 한 사람의 삶을 담은 레코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지연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39지연아, 너는 지금의 너이지만 엄마이기도 하며, 할머니이기도 하며, 증조모이기도 하다고. 모두를 살아볼 순 없지만 그녀들의 고군분투한 삶의 정신이 꽃이 되어 너만의 삶으로 승화시켰다고. 그러니까 너도 네 삶을 아주 잘 살고 있다39라고. 그리고 그런 그녀는 소리없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2021-08-22 13:35:48.96
m*** [밝은 밤 리뷰대회]사랑은 할머니를 울게 했다.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 (p.220)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에게서 감히 공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깊이가 느껴졌다. 각 인물들 내면의 심리와 그들 사이의 겹겹이 쌓인 다양한 감정을 따라가며 마음이 훈훈하다가 답답하다가 미소 짓다가 슬퍼하기도 하며 읽었다. 이야기는 현재의 시간이 흘러가는 중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겹쳐져서 이야기 속 과거의 시간도 함께 흘러간다. 내년에 팔순이 되는 할머니는 활동적으로 일하고, 게임도 하고, 무엇 하나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독립적인 사람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느라 감정을 절제하며 살고 있던 지연(손녀)은 희령이라는 곳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 증조모, 할머니, 엄마, 나(지연)는 거북이 해변에서 함께한 추억이 있고 각자 바다를 찾아가기도 한다. 천문대 연구원인 지연이 우주를 생각하며 위로받았듯 바다가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삶은 믿기 어려울 만큼 참담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위하는 따스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자신을 속이며 살다가,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여는 과정과 숱한 이별 속에서도 다시 삶을 살아내는 모습에서 숭고함까지 느껴졌다.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눈빛으로 몸짓으로 평범한 안부를 묻는 따뜻한 말로. 희령은 만들어낸 장소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책 속의 인물들이 실제 살았고 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책이 끝나가는 것이 아까웠지만, 읽는 동안 새비 아주머니의 말처럼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이었다. 2021-08-22 01:36:48.413
r*** [밝은 밤 리뷰대회] 낮에 온 힘을 다해서 본인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집에 터덜터덜 들어올 때면짙은 어둠의 방이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고,선선한 밤바람이 밀려와 쓸쓸하고, 어두컴컴해 앞이 보이지 않아 무섭기도 하고, 적막했지만「밝은 밤」을 읽고 난 뒤 그 어둠이 사라지고 마음 편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몇 광년 떨어져 있던 별의 빛이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오늘 밤 내가 볼 수 있게 되었다면, 소설에서 읽은 것처럼오래전 증조할머니, 할머니, 어머니를 거쳐 내가 되고, 내가 오늘 함께한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지고,그리고 앞으로 서로 위로하면서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인연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외롭지 않은 밝은 밤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과거, 오늘, 그리고 미래에도 연대 할 수 있는 여성 동료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2021-08-22 00:26: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