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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정보

  • ISBN : 9788954695831
  • 출판사 : 이야기장수
  • 출판일 : 20231018
  • 저자 : 이용한

요약

● “대한민국에서 어린 고양이가 길에서 살아남아 성묘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작가가 거리의 고양이들과 협업한 17년간의 기록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작가는 스스로 고양이 식당이라 이름 붙인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이용한 작가의 신작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는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40마리가 성묘로 자라나기까지의 기적 같은 성장기를 17년간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이용한 작가는 어느 날 길가에 버려진 소파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보물처럼 품고 젖을 먹이는 장면을 보고 하릴없이 고양이의 세계에 빠져들어 고양이 바보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거리에서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가운데 풀꽃처럼 태어나 각종 위협과 위험 속에 죽어가는 길고양이들. 대한민국에서 거리의 아기 고양이가 성묘가 될 확률은 30퍼센트 미만이다. 영역동물인 길고양이들은 각종 사유로 사는 곳을 옮기는 일도 잦기 때문에, 아기 고양이가 성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오롯이 목격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이용한 작가는 아깽이 시절의 모습과 성묘가 된 이후의 변화한 모습을 서두에 비포 앤 애프터(beforeafter) 사진으로 구성하고,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살아내는 묘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고양이들이 허락해야만 찍을 수 있는 절묘한 사진으로 담아냈다. 여기에 고양이들에게 찰떡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밥 배달을 하면서 쌓은 인연과 그 고양이들과 끝내 작별하기까지-고양이들의 생과 사를 시인만의 감성으로 곡진하게 기록한다.
이용한 작가가 기록한 이 기특하고 갸륵한 생명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명장면이 속출한다. 흔히 길에서 고양이를 얻어 기르게 되는 것을 냥줍이라 하는데,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산에서 아깽이를 달고 내려오는 진짜 냥줍의 진귀한 장면이 펼쳐지는가 하면, 느닷없이 엄마를 잃고 냥냥 울며불며 거리를 헤매는 아깽이를 그 엄마 고양이를 낳은 할머니가 입양해 젖을 먹여 기르기도 한다. 사람이 버린 맵고 짠 총각무를 입이 벌게지도록 허겁지겁 베어먹는 모자(母子) 길냥이가 있고, 추운 겨울 재와 그을음 가득한 시골 아궁이에 들어가 남은 온기에 몸을 녹이다 일제히 잿빛 고양이가 되어버리는 안쓰럽고도 귀여운 겨울의 고양이들이 있다. 이용한 작가가 그려내는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장독대를 징검다리처럼 타고 노는 고양이들의 묘기(猫技)는 물론이거니와 직립보행은 예사일 정도로, 가까이서 고양이를 유심히 관찰한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순간들이 가득하다. 길에서 벽돌을 베고 자거나 어린 시절 희대의 미묘(美猫)였다가 생존을 위해 우람하게 털과 살을 찌워 나타나는 고양이들의 변신은 웃음이 나는 동시에 살아가는 일의 거룩함을 깨닫게 한다. 이토록 깊은 애정으로 지켜봐온 고양이들이건만 고양이들은 전염병과 쥐약, 사람들의 학대로 인해 느닷없이 고양이별로 떠나거나 행방불명된다. 이용한 작가는 고양이들의 생몰연도를 기록해, 고양이들이 죽어 마땅한 유해동물이 아니라, 태어나 자라나고 살아가는 우리 곁의 생명임을 전한다. 그리고 이용한 작가만의 특별한 고양이 사진과 글은 우리로 하여금 이 책 속의 한 문장을 곱씹게 한다.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에 고양이가 옆에 있어 다행이야.”

이 책은 내가 17년간 만난 고양이 중에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만남을 이어간 고양이들의 성장 기록이다.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고양이는 무사히 성묘가 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어쩌면 이 책이 그들의 기적에 대한 작은 부록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나는 고양이밥을 배달하느라 거리를 떠돌았다.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는 모두가 하나같이 갸륵했다. 어떤 고양이는 거리의 현자처럼 먼 곳을 바라보았고, 또 어떤 고양이는 자연의 수행자처럼 느긋하게 걸어갔다. 나는 그들의 아득한 철학이 거리와 자연에 있음을 믿는다. 내가 만난 고양이들은 자연 속에서 가장 빛났고, 길 위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책에는 그동안 만난 고양이 중 1년 이상 인연을 이어간 40마리의 성장 기록을 담았다. 그중에는 이미 영역을 떠났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도 있고, 여전히 동행을 이어가는 고양이도 있다. 나는 들려주고 싶었다. 인간의 관심 밖에 이런 고양이가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다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낱낱의 묘생을 이렇게라도 맘껏 중얼거리고 싶었다. 본문에서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