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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정보

  • ISBN : 9791160273038
  • 출판사 : 소담출판사
  • 출판일 : 20230105
  • 저자 : 엘리프 샤팍

요약

튀르키예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날카로운 통찰력이브의 세 딸의 저자인 엘리프 샤팍은 외교관인 어머니를 따라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한 덕분에 그녀는 고국인 튀르키예의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엘리프 샤팍은 정치학자이자 여성학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정치와 여성 인권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에 관한 고찰이 녹아 있다.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여 튀르키예의 정치, 사회, 여성 인권, 종교적 혼란이 담긴 내용을 모두 아우르며 전개된다.작품에 나오는 튀르키예 부르주아들의 모임은 튀르키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들은 집 밖에서는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정치에 대해 한마디도 말을 얹지 못하지만, 집 안에서는 그들끼리 정치를 비판하기도 하고, 공고한 남성 카르텔을 통해 여성을 배제하기도 한다. 또한 불합리한 공작을 벌임으로써 쌓은 재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의 현실을 통쾌하게 꼬집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혼란스러운 튀르키예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 투영되어 있다. 이브의 세 딸에서 묘사되는 작가의 본질적인 외침은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중동권의 종교 문제와 여성들의 우정이브의 세 딸에는 주인공 페리와 그녀의 친구들, 즉 이브의 세 딸이 나온다. 종교를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비판하는 무신론자 쉬린, 히잡을 쓴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모나, 종교와 무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페리. 서로 다른 중동권의 세 여성은 작품 내에서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논쟁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모든 환경과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대감을 깊게 나누며 영혼의 단짝이 된다.“절대적 무신론이나 절대적 독실한 신앙은 내겐 똑같이 문제일 뿐입니다. 내 역할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약간의 믿음을 심어 주고, 믿는 사람에게 약간의 회의론을 심어 주는 것입니다.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겁니다. 범주에 대한 회의지요. (중략) 획일적인 것은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획일적인 곳에서는 철학도 예술도 나오지 않아요.” 본문 중에서이도 저도 아닌 채 항상 방황하는 페리가 아주르 교수에게 빠진 이유는 그의 강의 내용에 있다. 아주르 교수는 중요한 건 신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아주르 교수의 입을 빌려, 작가는 우리에게 독실한 신자에게는 약간의 회의가 필요하며, 무신론자에게는 약간의 믿음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독실한 신자나 무신론자를 매도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포함해서 본인만의 확신에 의심의 싹을 틔우고, 다른 방향으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줄거리 세 아이의 엄마인 페리는 초호화 파티에 초대되어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인해 차를 정차한 사이에 강도를 만나 지갑을 빼앗기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페리의 지갑 한쪽에 감춰 두었던 사진 한 장이 드러난다. 그 사진은 페리가 애써 묻어 둔 오래된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사진은 페리를 과거의 회상으로 데려간다.페리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엄마와 종교에 회의를 가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상반된 이념을 지닌 부모 사이에서 페리는 짓눌려 왔다. 끊임없는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란 페리는 이도 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채 성년이 된다. 그녀는 지식의 탐구를 중요하게 생각한 아빠에게 좋은 딸이 되고자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한다.페리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종교를 증오하는 당당한 성격의 쉬린과 신실한 이슬람교도이자 페미니스트인 사려 깊은 성격의 모나를 만나 친구가 된다. 부모의 종교적 다툼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페리는 신에 대해 강의하는 아주르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된다. 페리는 자신이 평생 품어 온 불안과 혼란을 대담하게 해소시키는 아주르 교수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학생의 신분으로 교수에게 빠진 페리에게 큰 재앙이 닥쳐오는데…….

● 전 세계 56개국의 언어로 사랑받은 터키의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

메블라나 문학상, 터키 소설상,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상 등을 받았으며 튀르키예(구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 이브의 세 딸이 한국에 출간되었다. 엘리프 샤팍은 작품 활동을 하며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튀르키예 모욕죄 혐의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튀르키예의 속사정을 샅샅이 들추어낸다.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의 사회적 혼란, 정치, 종교 문제, 여성 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엘리프 샤팍은 선데이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아이리쉬 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찬사를 받았으며,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어판 이브의 세 딸은 국내 최고의 튀르키예 문학 번역가인 오은경 번역가가 튀르키예어판을 직번역한 것으로, 생생한 번역을 통해 그 감동을 전달한다.

이 나라가 겪은 격동적인 혼란은 결국 전부 그녀의 삶에도 녹아 있었다. 그녀의 삶과 과거, 다시 말하면 페리의 인생 이야기는 결국 튀르키예의 역사였다. 페리가 느끼는 혼란은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겪는 국가적 혼돈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이브의 세 딸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위치하여 정치적, 문화적으로 혼란스러운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페리는 종교에 회의적인 아빠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엄마의 아래에서 혼란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로 인해 페리는 항상 중간에 끼인 채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페리의 삶과 이스탄불이라는 배경이 맞물리면서 혼란스러운 튀르키예의 상황이 속속들이 밝혀진다. 작품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주인공 페리뿐만 아니라,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무신론자이며 당당하고 주체적인 성격의 쉬린,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로 히잡(Hijab)을 쓰지만 동시에 페미니스트인 사려 깊은 성격의 모나가 등장한다. 이들은 작품에서 각각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묘사된다. 이들의 우정을 통해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브의 세 딸에서는 종교적 가치관으로 싸우는 부모님 사이에서 짓눌린 페리의 어린 시절, 자신과 너무나 다른 두 친구를 만난 페리의 대학 시절이 현재 세 아이를 낳은 결혼 후의 페리의 모습과 번갈아 가며 나온다. 이야기는 자신의 지갑 속에 숨겨 둔 대학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주인공 페리가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옛날 사진을 통해 그녀는 감추고 싶던 과거의 회상으로 떠난다. 묻어 두고 싶은 사건으로부터 도망친 이후, 페리는 항상 자신의 내면에 숨겨 둔 여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페리에게서 기대하고 있는 여자의 이미지에 맞추어 살아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 온 페리의 마음속에서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페리는 외면했던 과거를 당당하게 마주하고 자유를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간다.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페리의 모습은 수많은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페리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을 무자비하게 질책해 댔지만, 사실 가장 커다란 대바늘은 숨겨 두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끝없이 자신을 검열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여자였다. 본문 중에서이 도시는 당장 폭풍이 몰아칠 바다 같다. 그 아래 뭐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이 물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빙하 같은 남성들 사이에서 여자들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그리고 방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항해해야 했다. 본문 중에서페리는 가능한 한 그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였다. 자신의 주변에서 이렇게 많은 다툼과 충돌이 있자, 그녀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 갔다. 그녀의 마음 가운데 불타고 있던 열망을 스스로 하나씩 잠재웠다. 다른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분위기를 진정시키려고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 멀어졌다. 아이일 때 진짜 아이로, 청춘일 때 진짜 청춘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다. 많이, 아주 많이 앞서서 살아야 했다. 본문 중에서절대 한곳에 정착하지 말아라, 뿌리를 내려서는 안 돼. 다 됐다거나 찾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단다. (중략) 넌 혼자가 되어라. 너 혼자. 도달하는 게 아니라,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오로지 가고 있다는 그 과정……. 본문 중에서망치로 이 아쿠아리움을 부수고 싶어졌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물고기가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러져 흩어지는 걸 보고 싶었다. 물고기들은 꼬리를 흔들고 벌려진 입으로 숨을 쉬면서 탈출한다는 설렘을 안고 도망칠 것이다. (중략) 그리고 늘 같은 물속에 사는 것에 신물이 나있는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옛날 친구들, 친척들과 만나겠지.막 바다에 도착한 물고기들은 다른 물고기들에게 이야기해 주겠지. 그 어마어마한 저택에서의 삶과 저녁이면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대신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쳐 나온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들의 밥이 될 거야. 편안한 환경에 젖어 있던 물고기들은 위험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힘든 법이니까. 그래도 단 1분이라도 물고기들이 맛본 자유를 아쿠아리움에서 지낸 수많은 세월과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아 망치를 찾을 수만 있다면……. 찾아서 저 인공적 세상을 무너트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본문 중에서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삶의 슬픈 조각들을 찾아 조심스럽게 숨겨 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표, 냅킨, 동전을 모으듯이 그녀는 슬픔 수집을 했다. 본문 중에서페리가 자신의 내면에 숨겨 둔 여자와 사람들이 페리에게서 기대하고 있는 여자의 이미지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그녀가 자라 온 환경과 그녀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생활 방식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이런 신부가 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그녀는 밤을 느꼈다. 밖이나 주위가 아니라, 마음속 가슴의 밤을. 밤은 커졌고, 그녀의 폐에서 타오르고, 그녀의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오랜 세월 품고 있었던 두려움과 대면하는 것보다 더 경이로운 홀가분함은 없었다. 본문 중에서그녀는 미치지도, 용감하지도 않았다. 급진적이거나 혁명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생의 어딘가에서 자신의 심장에 특별한 씨앗이 떨어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움을 틔우고, 이제는 그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그녀는 자신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를 육지에 묶어 두던 밧줄이 풀어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뗏목처럼 거친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브의 세 딸

리뷰

n*** 이브의 세 딸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들여다보다가 깨달은 건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 썼다가 지운다. 그냥 눈이 좀 따갑고 침침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며칠 혹사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꽤 집중해서 본 책인가 싶다. 엘리프 샤파의 lsquo이브의 세 딸rsquo이라는 이번 작품. 영광스럽게도 이 책이 내 시력에 문제를 가져다 준 것일까. 그러면, 그렇다면 이 또한 영광이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니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접근법을 써야 할지, 아니면 세부적으로 조목조목 따져 접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러나 어떤 접근법으로 들여다보든지 간에 이 책은, 생각할 거리가 충분히 많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자, 이제 정말 어떤 식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냥 생각이 이끄는 대로?

소설은 페리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가는 2016년 이스탄불에 존재하는 페리의 현재와 1980년대 이스탄불이라 불리는 페리의 유년의 과거, 2000년대 그녀의 영국 옥스포드 대학시절의 과거로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끌고간다. 어쩌면 일종의 회상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모든 회상은 짐짓 자리를 잡고 앉아 돌이켜보는 그런 여유로움의 의미가 아니다. 뭐랄까, 훅 달려드는 시간의 충격 같은 이미지들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미 지워진 것들과의 예기치 않았던 충돌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핸드백을 분실하고 추격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한 남자와 세 여자.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관계였을까. 왜 주인공 페리는 낡은 사진과 함께 아픈 상처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기독교와 이교도의 갈등, 문화적 차이, 성적 차별이 가져오는 문제들, 그 안에서 상처받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은 모두가 같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모두가 함께 생각해봐야만 하는 문제들을 수면 위로 떠올리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는 여전히 인종, 종교, 페미니즘, 정치와 전쟁, 모든 지식과 현실적인 부조리에 대해 올바른 성토와 토론이 여전히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과연 지금도 인식의 공감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모르겠다.

신에 대한 철학이라. 과연 인간은 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그 허락이 인정될 수 있을까. 주인공 페리의 시각과 아주르 교수의 시각은 대립각을 이루는 듯 보인다. 그의 겉모습만 보면 여느 학생들의 시선처럼 피해야 할 인물의 한 사람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는 건 또다른 백미다. 관점에 따라 그가 비겁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그는 신께 용서를 구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신에 대한 철학을 논하는 일은 그가 선택한 하나의 길이었으니까.

ldquo교수님은 죄책감 없는 사랑을 원했던 거군요.rdquo ldquo아마도.rdquo 아주르 교수가 말했다. ldquo잘 생각해 봐. 너는 하나님의 사과를 기다렸고, 나는 아무도 모르게 하나님에게 사과할 방법을 찾고 있었어rdquo-p550

책을 읽는 동안 문득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어떤 표현이 생각났던 것 같다. 원죄의식. 인간은 모두 그 원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을 남겼던 교수는 아마 불교신자였지. 우리는 당연히 다양한 종교 안에서 나름의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누구는 기독교인으로, 누구는 무슬림으로, 또 누구는 불교도로, 그도 아니면 무신론자로 말이다. 흥미로운 일인 동시에 안타까운 일은 이들 모두가 오묘하게도 각자의 원죄의식을 힘겹게 끌어안고, 자신만의 신념과 현실에서의 부조리 안에서 혼란을 경험한다는 점이다(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겠다만) 생각해보니 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 결과 때로는 개개인의 삶의 상처와, 크고 작은 사회적 모순을 너무나 쉽게 간과하려는 잿빛 시선만이 만연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지켜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이기심과 자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 재앙을 초래한 오빠에게, 이렇게 되지 않도록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그녀의 부모에게, 다리 사이에서 사람의 가치를 찾는 이 수백 년 된 모호하고 어두운 전통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분노는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p 265-264

작품에 대한 개인의 시선이 이렇게나 혼란스럽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보니 정리가 잘 되지 않는가보다. 그래도 뭐랄까. 함께 토론해보고 싶은 책이다. 페리와 쉬린 그리고 모나. 우유부단한자, 무신론자, 독실한 신자(p502) 여기 이브의 세 딸들이 있다. 이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초상(肖像)이 아니었을까.

신에게서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나는 더는 기독교인도, 힌두교도도, 이슬람교도도, 불교도도, 유대교인도 아니다hellip hellip 내가 그토록 많은 진리를 깨닫다 보니 나는 이제 남자도, 여자도, 천사도 아니며, 더욱이 순수한 영혼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hellip hellipp282

2023-01-11 16:53:53.033945
z*** 왜 56개국으로 수출되었는지 끄덕이게 하는 책 2023-01-10 09:43:04.895189
m***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3-01-10 09:07:05.925552
e*** 처음으로 접한 터키 소설이었지만 최고입니다 2023-01-10 09:02:43.43664
n*** 노벨문학상을 그녀에게… 2023-01-10 08:58:50.970174
v*** 노벨문학상 후보라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 2023-01-10 08:55:20.31568
x*** 터키의 현실이 아닌…우리의 현실 2023-01-10 08:51:38.51418
f***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2023-01-10 08:48:11.30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