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ISBN : 9791160405750
- 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230930
- 저자 : 최진영
요약
●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을 구해야 한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틈에서 피어나는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는 최진영이었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0년 첫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지 10여 년. 지독한 비관의 세계에서 시작한 그는 “등단 이후 10여 년간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침내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눈이 부시다”(소설가 윤대녕)라는 평을 받기에 이른다. 불멸하는 사랑의 가치를 탁월하게 담아낸 《구의 증명》,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내밀한 의식과 현실을 정면으로 주파한 《이제야 언니에게》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거침없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그만의 세계를 공고히 했다. 상실을 경험한 여성, 학대 가정에서 자라난 소녀, 비정규직 청년 등 폭력과 고통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따스한 진심을 담으려 한 그의 이야기는 내내 주목받고 신뢰받았다. 그럼에도 어떠한 동요 없이 어떠한 소비 없이 묵묵히 쓰기를 계속해온 작가. “쓰다 보면 견딜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은 “최진영은 끝까지 우리 삶의 전부를 써낼 것이다”(소설가 황현진)라는 말로 통한다. 이런 그가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 《단 한 사람》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 열여섯 살 목화는 꿈을 빌려서 그러나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구하면 살아.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은 이어지고 일상은 흔들린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은 대를 이어온 과업. 할머니인 임천자는 이를 기적이라 했고, 엄마인 장미수는 악마라고 했다. 이제 목화는 선택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신에게는 뜻이 있는가? 사람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신념과 사랑 없이 인간은 살 수 있을까?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묵직한 주제와 더불어 문명과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임은 물론,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더해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최진영 소설 세계의 전환점이 될 《단 한 사람》은 작가가 3년 전 착안해 지난 1년간의 집필 끝에 출간하는 전작 소설이자 여덟 번째 장편이다.
#단 한 사람
리뷰
o***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23-09-22 12:44:55.010367
w*** 두 나무의 무성한 뿌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뒤엉켜 연결되어 있었다. 파괴되지 않은 나무는 파괴된 나무의 뿌리를 통해 삶을 나눠 주었다. 조금씩 천천히 지속적으로 자기것을 나눴다. 100여 년이 흐르자 그루터기에 움이 텄다.p19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앞서가고 끌어가는 것. 휩쓸리지 않고 관망하는 것. 그들이 싫어해도 월화는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싫어하는 자기는 연기로 만들어낸 가짜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 같으면 상처받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p35
인간에 의해 부서지고 아픔을 겪은 두 나무로 시작하여, 장미수와 신복일의 다섯 아이, 일화, 월화, 금화, 목화와 목수로 이어지는 이 소설, lt단 한 사람gt.
약간은 그로데스크한 판타지 같았던 이야기…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그러다 발생한 사건, 금화의 실종……. 사라진 과정도 너무 이상했다. 현장에 있었던 목화와 목수는 이 장면을 되새기며 10년 세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금화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어지는 목화의 이상한 능력에 대한 내용… 유전이라고 한다. 꿈꾸듯 소환을 당해 간 곳에서 오직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이 소환을 거부하면 고통이 따라온다….. 엄마인 장미수는 지독한 두통이였다고 한다. 엄마는 신이 부른 것이라고 했지만 목화는 나무가 떠오른다. 이 소환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는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저 목화는 그 세계에서도 금화만을 찾는다. 금화를 찾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상하지만 자꾸 빠져드는 이 이야기….. 단숨에 읽어내리기에 충분했다. 각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실종된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초자연적인 독특한 분위기에 세밀한 성격묘사가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또 한 작가를 발견한 기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 사건을 함께 겪은 신목화와 신목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금화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것은 그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p56
천자에게 두려움이, 미수에게 사랑이 있었다면 목화에게는 질문이 있다.p94
2023-09-21 22:19:04.21148
z*** lt단 한 사람gt은 최진영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 소설이다. 처음 수록된 나무에서부터 섬세한 묘사가 잘 드러난다. 나무와 인간 사이 lsquo수명 중개인rsquo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묵직한 주제와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책 감상 내내 lsquo단 한 사람rsquo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생각하기를 반복했지만, 나무의 생을 더하는 묘사가 나의 고정되어 있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그 묵직함은 단어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것 또한 의도된 듯 그 대상을 잊지 못하게 한다. 주변에 집중하느라 본질을 마주하지 못하는 순간을 통쾌하게 꿰뚫으며 저마다의 생각을 응집한 나무에 비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의 구성이 독특하게 여겨져서 프롤로그의 내용이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말하지 않지만, 생명력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오래도록 그 문장들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은 주로 한 사람의 시선에 의해 전개되곤 한다. 나무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그대로 뿌리를 내려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 그 연결된 삶이란 다른 나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기희생이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살렸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그 과정이 이어지지 않게 되며 둘이었던 나무가 홀로 남아 그 시간에 멈추고 만다. 사람은 나무를 쓰러뜨리고, 나무는 사람을 집어삼킨다. 이토록 잔인한 굴레의 힘은 계속해서 이어져 불가항력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곤 한다. 신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정말 가련하게도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내며 다시 한번 인간의 무력감을 보여준다. 뭐든지 지배하려는 인간의 그 오만함을 꼬집는 것이다.
나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지만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살아가기 위한 어떤 과정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된다. 단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살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운명처럼 잔혹한 숙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해나갈 누군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능력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신의 장난은 어떤 결말을 불러올까.
2023-09-20 23:55:14.594894
h*** 천천히 읽어볼게요 ㅎㅎㅎㅎ 2023-09-20 11:08:32.058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