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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낱말들

정보

  • ISBN : 9791160949834
  • 출판사 : 사계절
  • 출판일 : 20221114
  • 저자 : 김원영 외

요약

2주에 한 번, 네 명의 작가 앞에 도착한 뜻밖의 낱말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우리의 일상은 언뜻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다르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에서 깨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고, 누군가는 수개월째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을 읽는 자세도, 손바닥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두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일상이야말로 한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가 가장 선명하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아닐까. 장애를 가진 몸 혹은 다수가 아닌 정체성과 서사를 가진 사람들의 존엄함을 이야기해온 김원영, 동등한 권리와 개별성을 가진 동료 시민으로서 어린이라는 존재를 한층 분명히 보이게 한 김소영,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인 코다CODA로서 소수자의 언어와 감각을 통역해온 이길보라, 동물들이 덜 고통받으며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사회를 향해 뚜렷한 메시지를 발신해온 네 창작자가 이번에는 그 메시지를 품고 키우고 다듬어온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한 라디오 방송국의 제안이었다. 2주에 한 번 새 낱말을 받아 그와 관련한 일상 이야기를 구상한 뒤 그것을 각자의 공간에서 녹음해 청취자에게 전하는 프로젝트였다. 커피, 손바닥, 장난감, 병원, 소곤소곤, 흔들흔들, 게으름, 서늘함 등 일상의 사물이나 경험을 가리키는 열여섯 가지 단어가 작가들을 찾아왔다. 방송이 끝난 뒤 작가들은 음성 형태로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완결된 한 편 한 편의 글로 새롭게 정리하고, 낱말을 중심으로 모은 열여섯 꼭지의 글을 주제에 따라 네 개의 부로 묶었다. 특별한 형식 없이 목소리로만 전해지던 이야기들이 일정한 형식과 질서를 갖춘 텍스트로 옷을 갈아입자 각자의 개성과 매력, 역할과 관점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성장 환경이나 신체 조건도 다르고,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른 네 사람이 일터에서, 집에서, 병원이나 마트, 거리에서 무엇을 유심히 보고 무엇에 호기심이나 불편함을 느끼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양말이라는 낱말 앞에서 김원영은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스무 살 무렵부터 서른 살이 훨씬 넘을 때까지 양말을 신지 않았습니다”라며 발이 크고 다리가 길어 보이기 위해 휠체어 위에 커다란 구두를 올려놓고 바지 속 맨발로 꽉 움켜잡고 다니던 시절을 고백하고, 최태규는 매일같이 함께 양말 벗기기 놀이를 하다 양말에 구멍을 내곤 하던 개 방울이를 회상하며 수의사의 유년 이야기로 손색이 없는 일화를 들려준다. 밥이라는 낱말에 김소영은 부추김치를 떠올린다. 물통을 들고 뒷산 약수터에 올랐다가 탈진해 돌아온 여덟 살의 자신에게 다섯 살 많은 언니가 부추김치를 얹은 밥을 먹여준 일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힘이 되는 기억이다. 한편 이길보라는 “청인들 밥 먹다가 그 입으로 대화해. 먹을 거 다 보여. 조금 더러워”라는 농인의 말에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름이 주는 새롭고 놀라운 관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네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그동안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준 남다른 이해와 통찰이 어떤 경험과 생활 속에서 빚어졌을지 조심스럽게 짐작해볼 수 있다.최태규의 리듬, 이길보라의 사물, 김원영의 마음, 김소영의 시간이 책은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주제는 일상을 구성하는 유무형의 요소인 리듬, 사물, 마음, 시간이다. 작가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를 맡아 각 부 마지막에 조금 긴 글을 한 편씩 실었다. 각자의 일상이 주로 펼쳐지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 누가 있는지, 그들과 어떤 고민과 대화, 발견과 배움을 나누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글들로 네 사람의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동물에게 날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리듬을 제공하면서도 그 반복이 지루함을 낳지 않도록 변화를 주는 일의 중요성을 아는 최태규는 반복되는 리듬이라는 주제를 맡았다. 농사회와 청사회를 오가며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이길보라는 라디오가 말 없는 사물에 소리를 선물하듯이 다른 관점을 경유하면 새로운 언어와 서사를 갖게 된다는 생각을 전하며 속삭이는 사물들에 대해 썼다. 쓸모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글을 쓰고 공연하는 삶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는 김원영은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글을 통해 삶에서 가치나 의미를 찾지 못해 자주 마음이 흔들리는 우리를 격려한다.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김소영은 한 사람 안에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발견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그렇게 시간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모든 사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담아 고요히 흐르는 시간이라는 글을 썼다. 최태규의 [반복되는 리듬]동물을 잘 돌보는 일은 동물에게 필요한 리듬이 무엇인지 동물에게 묻고, 그 리듬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지만 동물이 반복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변주를 주는 일입니다. 반복만 있으면 리듬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와중에 우리를 춤추게 하는 변화가 자잘하게 쪼개져 들어가야 좋은 리듬이 됩니다. 그 리듬이 무엇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동물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리듬입니다. - 94쪽이길보라의 [속삭이는 사물들]라디오는 눈을 감고도 들을 수 있습니다. 청각을 기반으로 한 여러 소리의 조합으로 새로운 공간을 구현해내지요. 그 속에서는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물들의 공간이 생겨납니다. 평소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별생각 없이 마주했던 물체들이 달리 보입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시각이라는 감각을 제외하고 감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다르고 낯선 관점을 경유하여 말이 없는 사물들은 언어와 서사를 갖게 됩니다. 말 그대로 속삭이는 사물들이 됩니다. - 188쪽김원영의 [움직이는 마음]이러한 마음에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잠시 존재했다 사라지는 무대를 만드는 일. 특별한 사용 목적이 없는, 굳이 말한다면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물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일의 의미를 되묻는 것입니다. (…) 다만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의식할 수 있는 존재이며, 무엇보다도 그것을 반복하는 삶에서도 종종 깨닫는다는 것. 멈추거나 포기하거나 다른 세계로 도피하는 대신 자신이 버린 것들을 의식하고 의심하고 줄이려 애쓰면서 삶을 반복한다는 것. 그러므로 (…) 여전히 좀 더 나아질 여지는 있다는 것. - 267272쪽김소영의 [고요히 흐르는 시간]어린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어쩌면 시간은 흐르기만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에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 열한 살 어린이를 들여다보면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의 어린이가 있습니다. 얼굴과 몸에 그리고 마음에 성장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은 한 톨도 남김없이 어린이를 이루는 데 쓰입니다. 시간은 쌓입니다. (…) 저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시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안에는 길고 긴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모두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 돕고 아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 353356쪽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당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가 궁금합니다이 책의 글감이 된 열여섯 가지 낱말은 작가들이 직접 정한 것이 아니다. 밖에서 주어진 것이었고, 작가들은 때로는 반가워하며 때로는 당황스러워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 낱말들을 스스로 정하지 않았기에 일상 이곳저곳 숨어 있는 작은 물건, 흔하지만 귀한 경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 스스로 낱말을 정했다면 아마 늘 이용하는 휠체어나 엘리베이터를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라는 김원영의 말처럼, 뜻밖의 글감을 타인에게서 건네받았다는 것이 책에 생기와 재미를 부여한다. 미리 알고 준비할 수도 없고, 평소 생각해본 적이 없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도 없다. 진솔하고 내밀한 기억과 경험의 조각들이 툭 튀어나오기에 좋은 조건이다.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며 찾아온 낱말들에 작가들은 불현듯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부끄러웠던 감정이나 후회되는 사건을 고백한다. 오랜 시간 배우고 일하며 다듬어온 지금의 생각에 비추어 예전의 경험을 다시 해석하고, 늘 곁에 두었으나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에서 뜻밖의 이야깃거리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내 안에 소리 없이 쌓인 시간과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해준 존재들, 무심히 사용했던 사물들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주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쓰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 발견과 깨달음에 자세를 가다듬고 흐트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새로운 낱말을 만날 때마다 자기 안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 나쁘지 않은걸. 생각보다 잘 살아왔네라며 작은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여기 열여섯 개의 낱말이 있다. 이 책을 함께 쓴 네 명의 작가들이 그랬듯이 할 얘기가 없다고 밀어내지 말고, 하나씩 앞에 두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당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가 궁금하다.

● 밥을 먹고, 양말을 신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상은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주의 깊게 살피기 어렵다. 만약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낱말들이 때마다 하나씩 우리 앞에 놓이고, 그 낱말들로 각자 짧은 에세이를 쓰기로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양말을 신으려다 문득 인간이 언제부터 양말을 신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거나, 오래전 어느 날 허기진 내 앞에 정성껏 차린 밥상을 놓아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글을 쓰고 공연을 하며 변호사로 일하는 김원영,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김소영,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길보라,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각자의 분야에서 고유한 시각과 분명한 목소리를 드러내온 네 명의 작가 앞에 2주에 한 번 새로운 낱말이 도착했다. 일상의 사물이나 경험을 가리키는 낱말들을 받아든 네 사람은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통과해온 삶의 여러 순간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들, 각기 다른 몸과 마음, 감각으로 경험한 세상의 모습을 글에 담았다.

네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시각으로 쓴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궁리하게 된다. 빙 둘러앉아 소곤소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네 명의 작가가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옆으로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다정한 권유를 담은 책이다.

김소영의 커피제가 어린이 앞에서, 그것도 처음 만난 어린이 앞에서 신통치 않은 솜씨로나마 커피를 내리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번거로운 과정도 즐겁게 느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어린이에게도 그렇게 말합니다.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게임 레벨을 올릴 때 어떤 때는 복잡할수록 재미있지 않느냐고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어린이도 그렇네 하는 얼굴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복잡해서 좋은 것을 말해줍니다. (…) 어린이의 그런 작은 부분을 알게 되면 두 번째 만남은 더 잘 준비할 수 있습니다. 커피가 우리를 가깝게 합니다. - 21쪽김원영의 밥즉석 밥을 데우면 훨씬 간단히 밥 한 그릇이 완성되고,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탄수화물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엇에도 자신이 없는 마음에 빠져들었다면, 꼭 쌀을 씻어야 합니다. 잡곡을 적당히 섞으면 훨씬 좋지만 그런 걸 할 여력은 없을 테니(잡곡은 미리 씻어서 물에 담가 다섯 시간 정도 불려야 하는데, 지금 우리에게 그럴 힘이 어디 있겠어요. 다섯 시간 후에는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은 기분인데요), 흰 쌀만 작은 컵 하나에 담아서 싱크대까지 가져와 봅시다.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 밥심이 최고야. 어디 풀떼기나 먹어서 되겠나.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주세요. - 54쪽최태규의 텔레비전동물들은 사실 그렇게 무해하지도 약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 있는 동물을 만나고 싶다면 텔레비전을 끄고 가까운 뒷산에 조용히 올라보세요. 지금도 바로 우리 곁에서 각양각색의 동물이 장엄하기까지 한 그들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쌍안경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동물의 진짜 삶을 볼 수 있습니다. - 121쪽김원영의 책학교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백과사전을 빌렸습니다. 도서관에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그 책을 휠체어 아래에 깔고 앉았습니다. 한 권을 깔고 앉으니 앉은키가 꽤 커졌습니다. 시험 삼아 한 권을 더 깔고 앉자 세상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저는 이른바 벽돌책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 것이에요. - 141142쪽이길보라의 장난감스타렉스가 터널에 진입하면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짐과 동시에 노랗게 빛났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입을 동그랗게 모아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입을 두드렸습니다. 이렇게요.“우부부우부부부부부부우우부.”그럼 저와 동생도 신나게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따라 했습니다. (…) 생각해보면 그건 귀 대신 눈으로, 청각 대신 확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농인 부모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장난감이었습니다. - 206쪽김소영의 기다림제가 어린이 모르게 어린이를 기다려주듯이, 어린이들이 저 모르게 저를 기다려줄 때도 많을 것입니다. 주변 어린이들을 떠올려보세요. 어른들이 바쁜 일을 끝내기를, 지난번 그 약속을 지키기를, 자신을 바라보고 귀 기울여주기를, 말로는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이번에는 누가 기다릴 차례인가요? 헷갈린다면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303쪽이길보라의 기다림쉬라는 소리, 공기가 입 안의 혀와 이 사이를 비집고 지나면서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소변이 배출된다는 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자신은 듣지 못하는 그 소리가 청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조건 반사 작용을 일으킨다는 걸 말이에요. (…) 엄마는 과학자였던 걸까요? 오줌을 누며 엄마를 생각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딸의 감각을 상상하며 쉬- 소리를 끝도 없이 내던, 배뇨가 시작되기를 한없이 기다리던 엄마를 생각합니다. 그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 306쪽최태규의 서늘함함께 사는 동물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가슴 깊은 곳이 서늘해지면서 손에 땀이 납니다. 저는 그 철렁하는 서늘한 느낌이 너무 싫어서 다시는 동물병원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아프지 않거나 죽지 않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물의 아픔까지 너무 자세히 알고 깊이 공감하게 되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징은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모두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 거면 고양이를 키우지 말아야 하는데, 또 하나를 데려와 버렸습니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이 어린 고양이가 다시 아플 날은 분명히 돌아올 것입니다. -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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